리콜 악재 막아낸 '포트폴리오의 힘'
[아시아경제 류정민 차장, 김은별 기자] 삼성전자가 리콜 악재에도 불구하고 8조원에 육박하는 분기 영업이익을 낸 것은 포트폴리오의 힘이 컸다. IM(ITㆍ모바일) 부문의 '찬바람'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훈풍'으로 상쇄한 셈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강조해온 '전 계열사 자립화'가 삼성전자의 체질을 강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7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7일 밝혔다. 이 중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서만 4조원이 넘는 이익을 거둬들였다. 삼성전자의 부품 사업은 스마트폰 사업이 위기를 겪을 때마다 구원투수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갤럭시S6 판매가 부진했을 때에도 부품 사업은 4조5000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내며 손실을 상쇄했다.
올 3분기 반도체 사업에서는 약 3조4000억원 가량의 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2년여만에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호황국면에 진입한데다 삼성전자만의 독보적인 반도체 기술력이 주효했다. 업계 최초로 양산한 3D(3차원) 낸드플래시에서 톡톡한 이익을 봤다. 최근 3D 낸드 시장은 글로벌 반도체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며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용 서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을 수직으로 쌓아올리는 3D 낸드는 전력효율이 높고 성능이 우수해 기업들이 선호하고 있다. 48단까지 쌓는 기술력을 필두로 업계를 주도하는 삼성전자는 자연스럽게 이익을 볼 수밖에 없다.
최근 상승 전환한 D램 가격 역시 삼성전자에는 호재다. 대만 반도체 가격정보업체인 D램익스체인지는 4분기 D램 고정거래가가 예상보다 많은 노트북 수요 등으로 30%가량 오를 것이란 예측을 5일 내놨다. 지난달 4기가비트 D램의 고정거래가(DDR3 4Gb 512Mx8, 1333/1600㎒ 기준)가 8.7% 올랐다고 전날 발표한 데 이어 앞으로 상승세가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D램값은 올 상반기만 해도 계속 떨어졌다. 작년 말 1.72달러이던 4Gb D램칩은 6월 말 1.25달러까지 내렸다. 하지만 지난달 1.5달러까지 반등했다.
지난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디스플레이 부문도 업황이 개선되며 8000억원 가량의 이익을 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요 제품의 평균판매단가(ASP)가 올라갔고 스마트폰용 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사업의 성과도 좋다. 스마트폰용 소형 OLED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상반기 공정 전환 실패로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LCD사업도 대부분 회복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비자가전(CE) 부문도 제 역할을 했다. CE부문은 2분기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데 이어 3분기에도 7000억원 가량의 이익을 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년 동기(3600억원)해서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지난 2014년 3분기(500억원) 대비해선 10배 이상 늘어났다.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제품구조를 바꾸고 사물인터넷 기술 등을 가전제품에 적용하며 소비자를 끌어들인 것이 효과를 내기 시작한 셈이다. 10년 연속 1위를 이어온 TV사업도 퀀텀닷 TV를 필두로 시장지위를 굳히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ITㆍ모바일) 부문은 1조원 가량의 리콜 비용을 반영했음에도 불구하고 2조9000억원 가량의 이익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이번 분기에 갤럭시 노트7의 손실을 모두 반영해 4분기 실적 부담을 없앴다.
삼성전자는 오는 27일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계기로 더욱 안정적인 경영체제가 확립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시대'를 맞아 반도체 훈풍과 갤럭시노트7 재판매 호조가 맞물릴 경우 4분기에는 8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호실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갤럭시노트7의 리콜 비용이 3분기에 대부분 반영됐고, 10월 1일 재판매가 시작된 점에 비춰보면 결국 4분기 실적은 '재출격'한 갤럭시노트7의 판매 실적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소비자가전 등 나머지 사업 부문에서는 양호한 실적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결국 IM(ITㆍ모바일) 부문이 얼마나 회복하느냐가 전체적인 실적 개선을 가름할 관건인 셈이다.
갤럭시노트7은 이달 초부터 한국시장, 이달 중순 미국 등지에서 판매가 재개된다. 배터리 발화 논란 전 '최고의 안드로이드폰'이라는 찬사를 얻었던 제품인데다 경쟁사인 애플의 본국인 미국 시장에서도 고객 충성도가 높아 정상 궤도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배터리 불량으로 인한 리콜의 여파를 딛고 갤럭시노트7이 얼마나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느냐가 삼성전자가 4분기 8조원대 영업이익으로 다시 발돋움할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갤노트7 판매량도 제자리를 찾고 있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4분기 8조원대 영업이익 회복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정민 차장 jmryu@asiae.co.kr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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