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1세대 작가 한영섭, 안산 경기미술관 개관 10주년 '기전본색' 전시회 참여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동양화가 한영섭(75·사진)은 '해방 1세대 작가'로 꼽힌다. 운동선수로 치면 노장이지만 예술혼은 청년을 무색하게 한다.
29일부터는 안산시 경기도 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 '기전본색(畿甸本色):거장의 예술을 찾아서'에 참여했다. 기획으로 자화상을 그렸다. 큰 변화지만 그는 "52년 만에 시도한 구상화임에도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했다. 한영섭을 28일 인터뷰했다.
한영섭은 1941년 평남 개천에서 출생했다. 한국전쟁 때 월남해 부산에서 4년, 서울에서 30년 가까이 살았다. 1981년 이후로는 경기도 광주에 정착하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 광주에서 비로소 자연과 더불어 작업하며 작품에 성숙미를 더했다.
그는 "광주는 산수가 아름답다. 어딜 가도 산이고 강이다. 계절의 변화를 체험하기 좋다. 현재 내가 느끼고 숨 쉬는 땅으로 제 2의 고향"이라고 했다.
한영섭은 전통 소재인 한지 위에 자연을 담은 '한지와 탁본'의 대가다. 특히 자연 소재인 돌, 나뭇가지, 들깻잎, 옥수수 줄기 등을 사용한다. 식물의 표면 선들이 교차 반복되면서 역동적인 화면을 만들어낸다. 오직 선으로만 구성된 그의 작품은 한국적 미의식을 표현한다.
그는 "초창기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한국적인 것을 연구해보라'는 추천을 받았다. 대학 당시 경주에서 고청 윤경렬(1916~1999) 선생을 만났는데 그 분을 통해 한국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해 기본 틀을 잡을 수 있었다. 평소 관심이 많았던 한지를 택했다. 하지만 도저히 그림은 의미가 없었다. 한지는 접었다 펴도 원상복구가 가능하다. 수용성이 있어 그 대상의 형태에 맞게 움직여준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고 했다.
1980년대 국내에서 한지작가 붐이 일어났다가 거품이 빠진 후에도 계속 그 자리를 지켰다. 1987년부터 본격적인 한지작가의 길을 걸어온 그는 특히 거대한 캔버스에 수행한 작업물이 많다. 자연을 그대로 담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잘 팔리지 않는 그림들이지만, 그래도 그 작업 방식을 놓을 순 없다.
그는 "동양화는 자연을 기반으로 그 미적가치를 드러낸다. 하지만 동양화더라도 미술은 발전이 아니라 항상 변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화가들이 그 틀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팔 생각과 예쁜 그림만 그리려고 해 아쉽다"고 했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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