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10시 반, 법원의 부검열장 발부 결정에 기자회견 열어
[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법원이 故 백남기(69)씨에 대해 시신 부검을 위한 영장을 발부하자 유족과 백남기 투쟁본부는 부검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28일 투쟁본부는 오후 10시 30분쯤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3층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의 뜻을 받들어 부검을 반대한다"며 "부검 강행 시 있는 힘을 다해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유족 대표로 발언에 나선 백도라지씨는 "저희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만든 사람들의 손에 아버지를 맡기고 싶지 않다"며 "저희 가족은 부검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영호 백남기 투쟁본부 공동대표가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은 사인이 명확한 만큼 필요하지도 않고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백씨의 빈소를 지키던 시민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혹시 모를 경찰진입에 대비했다. 장례식장 1층부터 3층에 자리를 잡은 시민들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새로운 소식이 나왔는지 확인하며 자기 자리를 지켰다.
부검영장 발부 소식에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었다. 시민 이모씨는 "언제 경찰이 올지 모른다"며 "끝까지 백남기씨의 곁을 지킬 것이라"라고 말했다. 시민들 사이에 오늘 나가면 못 돌아온다는 농담도 오갔다.
이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영장발부 결정 이후 백씨의 빈소를 찾았다.
노 원내대표는 "영장발부는 유족을 두번 죽이는 일"이라며 "정부가 제대로 수사를 하지도 않고 사인을 엉뚱한 곳으로 호도하기 위해 영장발부를 추진한 것은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엔 특별보고관의 성명서를 언급하며 "이 문제는 국내에서 쉬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대표적인 인권 유린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불필요한 영장이 발부된 것"이라며 "심리적으로 굉장한 충격에 빠진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장발부 전 오후 7시엔 백남기 농민을 위한 네 번째 촛불문화제도 열렸다.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안순호 세월호 상임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쌀값 20만원을 책임진다고 했는데 국가는 물대포로 대답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국가가 국민의 목숨을 빼앗았다”고 말했다. 이어 “백남기 아버님을 국가의 폭력에 더 이상 희생당하게 둘 수 없다”며 “끝까지 자리를 지켜 백남기 아버님을 욕보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투쟁본부에 따르면 25일부터 오늘까지 빈소를 방문한 인원은 약 8500명 정도된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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