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국가 브랜드를 홍보하는 재외한국문화원이 잇단 비리로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26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2015년 재외문화원 스물아홉 곳에서 열한 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러시아·베트남·영국·미국 로스앤젤레스·브라질·프랑스·태국·폴란드·스페인·인도·중국 상하이 등에 소재한 문화원들로, 감사원과 문체부로부터 횡령 비리·재정관리 부실·채용 불투명 등을 지적받았다.
특히 1·2대 원장이 수천만 원을 횡령했던 러시아문화원은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2011년 3대 원장으로 임명된 A씨가 주 러시아 대사의 경고에도 아내와 딸을 각각 세종학당 전임강사와 문화원 행정직원으로 채용해 약 1억 원을 챙겼다. 지난해 4대 원장으로 임명된 B씨도 최근 공무원 품위 유지 위반을 이유로 파면됐다.
부실한 관리·감독은 구조와 운영 시스템의 한계에 기인한 것이다. 인사와 예산을 각각 외교부와 문체부에서 나눠 맡고 있다. 박 의원은 "재외 공관 소속 기관으로 대사, 총영사 등 공관장의 지휘를 받아야 하지만 건물, 예산, 직원 등이 문체부 소관이다. 공관장의 지휘권이 약해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 파견된 문화원장을 제외하고 직원들을 현지에서 계약직으로 채용해, 인사권을 가진 원장의 잘못을 알더라도 문제 삼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문화·홍보와 관련 없는 부처에서 문화원장을 임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전문성이 결여될 소지도 커졌다. 2013년 이후 신설된 다섯 곳의 문화원장 중 네 명이 문체부나 관련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없다. 그렇다고 문체부 인력으로 한정하기에는 문화원의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정부는 내년까지 문화원을 세른세 곳까지 늘릴 방침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공정성을 이유로 실제 업무와 무관한 외교부나 기획재정부에서 심사위원회에 참석하다보니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춘 인사 발탁의 가능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만 문화원 열일곱 곳을 신설했다. 방만 경영은 양적 성장에 치중한 결과나 다름없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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