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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학칼럼] 권력자와 사이코패스의 공통점

시계아이콘02분 13초 소요

‘네이팜 소녀’, ‘수단 어린이를 기다리는 게임’, ‘아이티의 태풍’…. 이는 한 장의 사진으로 전쟁과 기아, 천재지변의 참상을 알려 세상을 움직인 퓰리처상(사진 부문) 수상작들이다. 실로 인간이 지구촌 삼라만상을 지배하는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건 머나먼 대륙, 생면부지 어린이의 고통을 보면서 내 가족의 일처럼 아파하고 도움의 손길을 주는 뛰어난 ‘공감 능력’덕분이다. 청춘 남녀의 사랑 드라마에도 할머니 가슴이 설레고, 이산가족 사연을 듣는 내 마음이 아려서 눈물을 쏟는 이유도 공감능력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위대한 힘은 인간이 소통을 통해 공동체를 형성하고 눈부신 문명을 발전시켜온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조물주의 신비한 선물인 공감 능력의 원천은 무엇일까. 21세기 뇌과학은 이에 대한 해답으로 대뇌의 세 부위(측두엽·뇌성엽 앞쪽·전두엽 전운동피질과 두정엽 아래쪽)에 존재하는 ‘거울 신경세포(mirror neuron)’의 존재를 제시한다.

거울 신경세포는 타인의 행동을 보거나 그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마치 내가 그 행동을 하는 것과 똑같은 반응이 나의 뇌에 나타나게 한다. 심지어 그의 느낌까지도 공유한다. 출생과 더불어 인간은 타인과 공감하고 이웃과 더불어 살도록 숙명 지워진 셈이다. 안타깝게도 이 아름다운 공감 능력이 모든 인간에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사회, 어느 집단이건 공감을 위해 필요한 신경 세포가 제 기능을 못하는 병적인 뇌를 가진 사람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사이코패스다.


[건강의학칼럼] 권력자와 사이코패스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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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능력이 전무(全無)한 사이코패스는 타인의 불행에 무감각하다. 이는 남 잘되는 걸 배 아파 하는 심술과 달리 감정 자체가 무덤덤한 상태다. 인간을 생명체가 아닌 물건으로 생각하고 느끼기 때문이다. 의리·양심·죄의식 등은 당연히 없고 남의 고통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연 법도 쉽게 위반하지만 반성은 전혀 안 한다. 흔히 사이코패스 하면 연쇄 살인마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는 극단적인 형태이며 대부분은 거짓말과 속임수에 능하고 주변 사람을 잘 이용하는 양상을 띤다. 교육을 못 받고 지능이 낮은 사이코패스는 쉽게 화를 내고 공격적으로 돌변하는 특징 때문에 주변에서 알아채기가 쉽다. 하지만 지능이 좋고 교육까지 많이 받은 경우엔 유능한 엘리트 직장인으로 승승장구하기도 한다. 소위 ‘양복 입은 독사(snakes in suits)’로 불리는 화이트칼라 싸이코패스가 여기 해당한다.


『직장으로 간 사이코패스』의 저자인 산업심리학자 폴 바비악과 범죄심리학자 로버트 헤어 교수에 의하면 지능이 좋은 사이코패스는 목적 달성을 위해 얌전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의외로 주변의 신임을 잘 얻는다. 때론 강력한 카리스마나 자기 확신을 가진 리더십의 소유자로 인식되기도 한다. 실제 영국의 최고경영자(CEO)들의 인격적 특징을 분석해보 니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가진 경우가 많았고 특히 임원 승진 대상자 중 3.5%가 실제 사이코패스였다고 한다. 물론 이들은 기회가 닿으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회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화이트칼라 사이코패스의 문제점은 그들이 기업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눈부신 성공을 거두며 활약(?)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아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위험한 경우가 남을 자신의 뜻대로 통제할 능력, 즉 ‘권력’을 손에 쥔 상황이다.


보통 사람도 일단 권력을 갖게 되면 거울 신경세포가 비활성화 되면서 공감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게다가 공격성을 높이는 남성 호르몬(테스토스테론)이 증가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이 낮아져 ‘사람이 변했다’싶게 이전과 다른 오만한 자신감을 보이며 뻔뻔스러운 행동을 쉽게 한다. 하물며 잠재적 사이코패스 환자가 권력을 잡은 경우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청년 실업, 북한의 5차 핵실험 공포, 해운업 몰락이 초래할 경제난, 불현 듯 다가온 지진 공포 등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다. 실로 보통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착잡하고 불안하게 보내고 있다.


물론 현명한 우리 국민은 권력자들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묘안을 제시할 거라는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최소한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국민들과 공감하기를, 아니 공감하는 척이라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들의 화려한 존재 기반이 국민들의 혈세에 기인하는 점을 고려하면, 참으로 소박한 요구다.


하지만 지금 정치권은 대선을 앞둔 기 싸움을 하겠다며 극한 대치 정국을 연출하고 있다. ‘공감 능력 0’ 집단임을 확인시켜 주는 그들의 뇌에 국민은 없어 보인다.


첨단 과학의 시대인 21세기 선거답게 앞으로 치러질 대선, 총선, 지자체장 등 모든 선출직 공무원 후보자들은 유권자에게 자신의 공감 능력을 평가받은 뇌 기능 검사 결과지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국민정서법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


황세희 국립의료원 공공보건의료연구소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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