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지변도 리더의 책임" 해괴제(괴이한 일 풀어주는 제사) 지내…연산군은 거부
경주지진의 여진이 400회를 넘어 지속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정부의 부실한 지진대응과 매뉴얼 부재, 무책임한 태도 등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과거 조선시대에는 지진이 일어나면 국왕이 직접 하늘과 백성에게 사죄하는 해괴제(解怪祭)를 지냈습니다. 천재지변 등 괴이한 일을 풀어내기 위해 속죄하는 제사였죠.
당시에는 지진 등 천재지변이 왕과 조정이 실정을 거듭해 하늘이 내린 벌이라 여겼어요. 하늘과 민심을 달래기 위해 대사면, 세금 탕감과 피해복구에 나서고 정승들은 스스로 사임하기도 했어요.
임금 스스로도 해괴제를 지내는 동안 금욕생활을 하며 정성을 다해 제를 지냈다고 합니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지진만해도 1900회 정도로 많은 임금들이 자주 해괴제를 지냈다고 해요.
지진이 자주났던 중종 때는 영의정인 김수동이 사직을 청하자 중종은 "지진이 난 것은 군왕이 잘못했기 때문이지 정승 탓이 아니다"라며 사직 상소를 반려하기도 했었대요.
물론 모든 임금이 이랬던 건 아니었어요. 폭군으로 알려진 연산군의 경우에는 "천재지변이 왜 임금의 책임이냐"며 해괴제를 거부했다네요. 훗날 그가 임금자리에서 쫓겨나는 명분 중 하나가 되기도 했죠.
당시에는 이미 일반 백성들도 천재지변과 임금의 정치가 무관한 것은 알고 있었죠. 하지만 임금이 이렇게 직접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는건 조정의 기강확립에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지진피해가 발생하면 임금이 책임을 지다보니 오늘날의 기상청과 같은 조직인 관상감 관원들을 비롯해 모든 관리들이 최선을 다해 일을 해야했죠. 지금 정부도 본받을만한 책임의식이 아닐까 싶네요.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이경희 디자이너 moda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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