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소규모 합병키로
매년 3000억~5000억 투자…10년내 매출 5조 규모 육성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LG화학이 LG생명과학을 다시 품에 안았다. 2002년 지주사체제 전환을 계기로 분리된 지 15년 만이다. LG그룹은 실탄이 두둑한 '맏형'에게 사업을 맡김으로써 바이오 사업 육성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LG화학은 매년 3000억~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10년 뒤 매출 5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LG화학은 12일 양사가 각각 이사회를 개최해 합병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후 11월28일 합병승인 이사회 등을 거쳐 내년 1월1일자로 합병을 완료하기로 했다. 합병은 소규모 합병으로 진행된다. 소규모 합병은 존속법인이 해산법인 주주들에게 신규 발행해야 하는 주식의 수가 전체 발행주식의 10%를 넘지 않은 경우 진행할 수 있다. 존속회사는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합병이 가능하다. LG화학은 합병 비율(보통주 1 : 0.2606772, 우선주 1 : 0.2534945)에 따라 신주를 발행해 LG생명과학 주주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이번 합병은 LG그룹 차원의 바이오 사업 육성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삼성과 SK 등 주요 기업들이 이미 바이오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만큼, 더이상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LG생명과학이 다루는 레드바이오(제약ㆍ신약개발) 분야는 전세계 시장규모가 현재 1100조원에서 2020년 1400조원까지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전세계 많은 기업들이 이미 바이오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며 "바이오 사업 육성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혔고, 양사 간의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든든한 실탄(현금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올 초 에너지·물·바이오 3대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지난 4월 팜한농을 인수하며 그린바이오(농업·식량 분야 바이오 사업) 분야에 진출했다. 시장 규모와 미래 성장성 측면에서 매력적인 레드바이오 분야로의 사업 확장도 지속적으로 검토해왔다.
LG생명과학은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재원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특히 2009년부터 진행 중인 신축투자와 마곡연구소, 오송 백신 생산시설 등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번 합병으로 LG화학은 바이오 분야로 사업을 본격 확대하며 미래지향적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됐다"며 "LG생명과학 역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이번 합병 결정이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이 LG화학 사내이사에 선임된 이후 내려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구 부회장은 1996년 2월 LG화학 전무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약 20년 만에 올 3월 등기임원(기타비상무이사)로 복귀했다. 반면 공동 대표를 맡았던 LG전자에서는 이사회 의장으로 한 발 물러섰다. 이는 LG화학을 주축으로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재정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LG화학은 이번 합병을 계기로 레드바이오 사업 조기 육성을 위해 매년 3000억~5000억원 규모의 R&Dㆍ시설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진행 중인 LG생명과학 투자액 1300억원의 3배가 넘는 투자 규모다. LG화학으로서는 2025년 50조원 매출 규모의 글로벌 톱(Global Top) 5 화학 회사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박진수 부회장은 "바이오는 인류의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분야"라며 "과감한 선제적 투자를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사업으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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