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김민영 기자] 서민들의 재테크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된 지 6개월 만에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상품 출시 당시에만 '반짝 인기'를 끌었다는 점에서 2013년 나온 '근로자 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초반 실적만을 강조한 이른바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형저축과 ISA는 서민의 재산 증식을 위해 만들어진 상품이다. 소득에 따라 의무 가입기간(3~7년)을 채우면 계좌에서 발생한 이익과 손실을 통산해 세제혜택을 제공한다.
두 상품은 공통적으로 금융당국이 추진했다. 출시일자를 먼저 정하고 이에 맞춰 정책구조 형성, 상품 개발, 전산 시스템 구축 등이 마련됐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작년 말에 ISA 준비가 길어지면서 출시시기를 4개월 정도 미루자고 제안하려 했으나 금융당국이 추진 의지를 강하게 보여 급하게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출시시기가 정치적 이벤트와 묘하게 겹친다. ISA는 4월 총선을 한달 앞두고 출시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재형저축은 대통령 취임 한달 후인 2013년 3월 나왔다. 앞서 박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2013년 1월 "재형저축과 관련해 가능한 빨리 법적 검토를 취해 달라"고 금융당국에 요구했고, 금융위는 서둘러 '연소득 5000만원 이하 근로자가 7년 가입하면 비과세 혜택을 준다'는 내용의 세부안을 마련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상품 경쟁력을 갖추기보다는 고객 수 늘리기 등 실적에 초점을 맞춰 상품을 마련,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였다. 그 결과 재형저축과 ISA는 출시 초반 고객이 급격히 늘었지만 직후 증가세가 급감했다. 출시 초반 실적 경쟁이 벌어지면서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가 발생한 것도 유사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위가 금융사들을 상대로 밀어부치면서 일회성으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실적 등을 내세웠다"며 "전시행정과 탁상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문제는 재형저축이 고객을 꾸준히 모집하지 못하고 시행 중 금리까지 낮추면서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 일부 은행들은 4%대였던 재형저축 금리를 2%대로 급격히 낮춰 고객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어떻게 운영해나갈지 계획을 세운 후 진행했어야 하는데 일단 성과를 내는데 급급했다"며 "지금이라도 3년 또는 5년이라는 장기적인 기간동안 ISA를 어떻게 운영해나갈지 구체적으로 논의해야한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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