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정운찬의 시선, 어디를 보고 있나

늘푸른한국당에 이어 국민의당 찾아 동반성장 역설,
정치참여 최대 변수는 김종인

정운찬 전 총리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이틀 연속 국회를 찾아 '동반성장'을 역설했다.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정 전 총리가 최근 정치권과 빈번한 교감을 나누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전 총리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는 '위기의 한국경제와 동반성장 토론회'에서 축사했다.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이 주최하는 행사에는 유력 대권주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참석했다.

안 전 대표는 축사에서 “국가를 혁신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새 정권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정 전 총리 같은 분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아울러 “동반성장과 공정성장이 함께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만들어나갈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두 사람이 토론회 직전 한두 차례 만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운찬 전 총리(오른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정 전 총리는 전날에도 이재오 새누리당 전 의원이 주도하는 늘푸른한국당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동반성장을 주제로 강연했다. '제3지대'를 자처하는 늘푸른한국당은 정 전 총리의 참여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대권후보나 차기 정부의 분권형 책임총리를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도 지난 총선 때부터 정 전 총리 영입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서울대 총장과 이명박 정부 초대 총리를 지낸 정 전 총리가 양극화ㆍ불평등 해소 등 국민의당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민의당 주축으로 정계개편을 이루는 '플랫폼정당론'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라도 정 전 총리는 꼭 필요한 '카드'다.

다만 정 전 총리는 여전히 심적 갈등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총선 때도 장고 끝에 "더민주나 국민의당 어디에도 가지 않고 동반성장에 매진하겠다"며 구애를 뿌리친 바 있다. 최근 방송에 출연, "마음이 조금 흔들렸지만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니 견디기 힘들 것 같았다"고 속내를 토로했다.

하지만 여지는 늘 열어놓고 있다. "정치 속으로 들어가면 일생의 목표인 동반성장을 앞당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에선 정 전 총리의 정치 참여를 가름할 최대 변수로 김종인 더민주 전 비대위 대표를 꼽고 있다. 김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30년 넘는 인연을 갖고 있다. 5공화국 시절 국가보위입법회의에 실세 교수로 참여했던 김 전 대표는 정 전 총리의 은인이다. 당시 서울대 교수 서명사건으로 해직 위기에 몰렸던 정 전 총리를 구명했다.

이후 2009년 정 전 총리가 이명박 정부 초대 총리직을 수락할 때까지 김 전 대표는 막후 조언자였다. 정 전 총리는 지난 3월 김 전 대표의 영입 제안을 어렵게 뿌리치면서 다시 빚을 지게 됐다.

김 전 대표는 2선으로 물러난 뒤 양극단을 배척하는 중도를 기치로 내걸고, 정 전 총리와 비슷한 궤적을 걷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대권후보를 양보할 리 없는 국민의당행은 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정치를 한다면 김 전 대표와 함께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같은 충청권 잠룡인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과 최근의 지지율 답보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