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텐센트가 전세계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섰다. 아시아 기업 중에서도 시가총액 1위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세계 시가총액 10위 내에 진입하며 애플ㆍ알파벳ㆍ페이스북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홍콩 증시에서 텐센트 주가는 4% 오른 210.20 홍콩달러를 기록하며 마감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1조9898억홍콩달러(약 2566억달러ㆍ283조원)에 달해, 차이나모바일(1조9700억홍콩달러)을 밀어내고 중국 기업 중 시가총액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04년 홍콩 증시에 상장될 당시 62억홍콩달러이던 시가총액은 현재까지 약 300배 이상 뛰었다.
텐센트는 아시아 기업 중에서도 시가총액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와 함께 아시아 시가총액 1위 기업 자리를 놓고 치열한 주가 경쟁을 했으나,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로 주춤하면서 텐센트가 1위 자리에 오른 것이다. 또 글로벌 기업 시가총액 순위에서도 10위권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3대 정보기술(IT) 기업으로 꼽히는 BAT(바이두ㆍ알리바바ㆍ텐센트) 중에서도 텐센트의 기업가치가 가장 높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바이두와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각각 616억달러, 2455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텐센트 주가 상승은 어닝 서프라이즈에 힘입은 것이다. 텐센트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3% 증가한 356억9000만위안(약 5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107억4000만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급증했다. 전 사업이 고른 성장을 보였지만 특히 모바일게임 매출은 114%라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회사 전체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였다. 온라인 광고 매출은 60% 증가했으며 모바일 메신저 '위챗' 사용자는 34% 증가하며 8억명을 넘어섰다.
블룸버그통신은 사기업인 텐센트가 국유기업인 차이나모바일을 누르고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한 데는 변화하는 중국 경제의 현실이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알리바바ㆍ텐센트 등이 승승장구하는 동안, 이른바 '굴뚝산업'으로 불리는 1차 제조업들이 인력감축 등으로 경제의 중심축에서 밀려나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지난 2006년부터 중국기업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점유하고 있던 기업들은 대부분 차이나모바일, 중국공상은행(ICBC), 페트로차이나 등 국유기업들이었다. 알리바바가 2014년 뉴욕증시 상장 직후 잠시 1위 자리를 빼앗아오긴 했으나 오래 가진 못했다. 텐센트의 '왕좌 탈환'이 의미 있는 이유다.
블룸버그는 "공기업들은 수십년간 국유은행에서 쉽게 대출을 받아 몸집을 불리며 사기업들의 발전을 저해했지만, 이제는 사기업들이 고용과 혁신 부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며 "사기업들은 중국의 소비 주도적 경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앙우앙 쉔 미즈호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중국의 경제적 구조개혁이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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