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내수 판매가 최단 기간 100만대를 돌파했다. 상반기 내내 이어진 개별소비세 인하 영향이 컸다. 7월 이후 판매량이 하락하는 추세이지만 신차 출시가 이어지고 있어 연간 최다 판매 달성도 기대된다.
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국내 완성차 7개사(현대차, 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타타대우, 대우버스 등)가 국내에서 판매한 차량은 총 104만8993대로 나타났다. 내수 100만 판매를 8개월 만에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연간 최다 판매고를 올린 지난해(158만대)에도 8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99만4000대였다.
판매량은 개소세 인하 혜택이 이어진 2~6월 집중됐다. 정부가 개소세 인하 연장을 결정한 2월부터 6월까지 판매량은 71만대로 전년 대비(62만대) 10만대 가까이 늘었다. 특히 6월에는 현대기아 등 완성차 5개사가 16만1062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20%의 성장세를 보였다. 현대차와 기아차 외 한국GM과 르노삼성까지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인 것도 이때다.
하지만 7월부터 판매가 떨어졌다. 7월 한 달간 5개사의 내수 판매는 12만1144대로 전월대비 25% 줄며 개소세 인하 종료 여파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8월에는 올들어 1월 이후 가장 낮은 10만8617대에 그쳤다. 완성차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 기아차, 한국GM은 노사 협상이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파업에 따른 생산량 감축으로 내수가 줄었다. 8월 현대차는 전년보다 17.6% 줄어든 4만2112대 판매에 그쳤고 기아차도 10.4% 감소한 3만7403대를 판매했다. 한국GM 역시 전년대비 7.7% 감소한 1만2773대를 팔았다.
내수 절벽에 따라 정부가 개소세 인하 후속책으로 노후 경유차 폐차에 따른 세제 지원책을 내놨지만 아직 국회 통과도 되지 않은 상태다. 관련 법이 통과되면 개소세를 대당 100만원 한도에서 70%(5.0%→1.5%) 깎아준다. 한도인 100만원을 감면받을 경우 개소세와 연계된 교육세(30만원), 부가세(13만원) 등을 고려하면 최대 143만원까지 새 차를 싸게 살 수 있다.
하지만 입법 지연으로 시행이 미뤄지면서 되레 소비절벽을 가중시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회가 조특법 개정안을 추가경정예산안과 함께 일괄 심의하기로 하면서 9월 정기국회나 돼야 법안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경유차 세제지원책이 본격 시행되면 4분기에는 내수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10년 이상된 승용과 승합차는 542만대로 이 가운데 혜택을 볼 수 있는 경유차는 200만대가 넘는다.
하반기 각 업체들의 신차 출시 효과도 기대된다. 현대차와 기아차만 하더라도 내수 효자 품목인 그랜저와 모닝 등을 내놓을 예정이고 한국GM도 카마로와 볼트 등을 준비 중이다. 르노삼성은 QM6 출시로 상반기 공개한 SM6와 함께 주력 라인업을 이미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개소세 인하 종료와 노조 파업으로 인해 내수 시장이 위축된 상태지만 각 업체들이 경유차 세제 지원책에 따른 연계 프로모션 등을 준비하고 있다"며 "추석 이후 4분기에는 연말 할인까지 겹쳐 내수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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