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6개월 만에 최저치인 0.4% 상승에 그친 배경에는 국제유가 약세에 따른 석유류 가격 하락과 전기·수도·가스 요금 인하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이를 두고 물가상승률 둔화가 단기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설명하지만, 저성장에 접어든 구조적 요인으로 당분간 0% 초중반의 물가상승이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올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1.3%에서 지속적으로 낮아져 7월 0.7%에 이어 지난달에는 0.4%로 곤두박질 쳤다.
특히, 지난달 석유류 가격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8.8%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0.37%포인트 낮췄다. 전기·수도·가스 요금의 경우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한시적 인하의 영향을 받아 12.6%나 떨어졌고, 전체 물가를 0.57% 끌어내렸다. 농산물 가격도 1.1% 하락해 전체 물가를 0.04% 낮추는 요인이 됐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지수별로 차이를 보였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지난달 1.1% 상승하는 데 머물렀다. 이는 2012년 12월(1.1%) 이후 3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올들어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1.6~1.8%에서 형성되다 지난달 급격히 떨어졌다.
이에 비해 8월 물가에 영향을 미친 에너지 가격을 뺀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1.7%로 지난달과 같은 수준이었다. 우영제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저유가 때문에 전기요금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한 영향이 크다"면서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전기요금 효과 부분이 제외돼 전년동월비도 전월비도 사실상 변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가 낮은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고,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불황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 물가가 급속하게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로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이 크게 늘어났지만 기대수명 연장 등 구조적 요인이 소비확대를 제약하는 점도 물가상승을 가로막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기대인플레이션이 낮게 유지되고 성장세도 완만함에 따라 소비자물가는 낮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 평균 소비자물가를 1.0%로 전망했다.
정부는 하반기 들어 물가가 예상치에 미치지 못한 데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추가적인 경기활성화 대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8월 물가만으로 정책을 낼 수는 없다"면서 "새로운 대책보다는 추경을 최대한 서둘러 집행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달 집세 등 서비스물가와 농축수산물 가격의 상승은 체감물가와 지표 간의 괴리감을 키웠다. 집세가 2.5% 오른 것을 비롯 외식 소주비(13.2%), 공동주택관리비(3.5%) 등이 크게 뛰었다. 장바구니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부 채소 값이 폭염 영향으로 급등하는 등 농축수산물 값도 상승했다. 배추(58.0%), 풋고추(30.9%), 시금치(30.7%)의 상승 폭이 컸고 게(45.1%)와 국산 쇠고기(13.7%) 가격도 크게 올랐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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