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인구고령화 연구 강화할 것"…대책 일관성 강조하기도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한국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 중의 하나로 저출산·고령화를 꼽은 것은 이 사안이 통화정책의 틀을 뛰어넘는 성장잠재력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 한국은행이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겠다고도 밝혔다. 중앙은행 총재가 직접 저출산·고령화의 리스크를 언급하고 나선 배경엔 이 사안이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 7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도 "저출산·고령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을 반영할 때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며 "경제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심화되고 있다. 특히 속도면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르다. 미국 통계국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현재 13.0%에서 2050년 35.9%로 증가해 일본(40.1%)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또 세계 최저 수준인 합계출산율(1.24명)이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 인구는 2070년 4000만명으로 지금보다 1000만명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출산률 통계에서도 심각성은 확인된다. 2015년 출생통계(확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24명으로 OECD 37개국 중 36위다.우리나라보다 출산율이 낮은 나라는 포르투갈(1.23명) 밖에 없다. 2014년 최하위를 기록했던 우리나라는 지난해는 꼴찌를 벗어나긴 했지만 포르투갈 출산율과 같은 해인 2014년과 비교하면 1.21명으로 사실상 꼴찌다. 출산율 저하는 장기적으로 노동인구 감소를 불러와 나라의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이 총재는 일본의 사례를 예로 들기도 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최근 저출산 대책 전담 장관직을 신설해 출산율을 현재 1.4명에서 1.8명으로 올리기로 했다"며 "50년 후에도 인구 1억명을 유지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최근 "저출산·고령화 문제 등을 비롯해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조사에 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리를 이용한 통화정책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만한 사안들에 대해 조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라는 의미다.
저출산·고령화 대책은 정통 통화정책은 아니다. 하지만 이날 이 총재가 언급했듯 인구고령화 문제는 미국 금리인상, 가계부채보다 훨씬 대처하기 어려운 과제다. 이 총재는 정부에 대해서도 대책의 일관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정부가 바뀌어도 일관성있게 시행해 나가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은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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