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가계부채를 잡으려니 부동산 시장이 울고, 부동산 시장을 잡으려니 한국경제가 휘청일 것 같고"
25일 발표된 정부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런 심리가 읽힌다. 그러다보니 가계부채 대책의 핵심인 분양권 전매 제한 강화나 집단 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은 '쏙' 빠지고 "택지공급 제한해서 가계부채 잡는다"는 다소 엉뚱해 보이는 대책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갈비 없는 갈비탕 같다.
지난해 분양 물량은 예년 평균(27만가구)의 2배에 육박하는 50만가구였으며 올해도 42만가구가량이 예상된다. 준공까지 2년여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말부터 막대한 입주 물량이 나올 것이며 집값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공급 축소 선회는 일정정도 집값을 떠받치는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 정부 당국도 상황을 모르지 않을텐데 이런 대책을 냈다는 것은 그만큼 딜레마 상황이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선 "어떻게 살려낸 시장인데,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다"는 국토교통부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에 방향성이 없는 것은 문제다. 그간 금융당국은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의 총량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질적인 문제다. 현재 가계부채의 질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가계부채가 금융사의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정부 대책의 골자는 택지공급을 줄여서 가계부채가 발생할 수 있는 원인을 최대한 차단하겠다는 의미고 이는 총량을 줄이겠다는 접근이다.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많이 늘다보니 정책방향을 바꾼 것인지, 아니면 총량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보는 건지 분명치 않다.
정부에게 "뭣이 중허냐"고 묻는다면 가계부채보다는 부동산 시장이라는 답이 돌아올 것 같다. 내년은 대선의 해다. 가계부채가 조마조마하긴해도 여당에게 치명적인 집값 하락을 막으려는 개연성은 충분하다.
피를 보지 않고 수술을 하겠다니 병이 낫겠는가. 가계부채 대책은 지난해 7월 이후 3개월에 한번 꼴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 대책이 매번 이렇게 대증요법 식이라면 백약이 무효다. 가계부채 걱정이 덜어지지 않는 것은 기자만의 기우(杞憂)일까?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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