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팅이 '메달색'을 결정했다.
116년 만에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치러진 여자골프 이야기다. 외신은 "박인비가 116년 만에 여자 골프 금메달을 따냈다(Park In-Bee wins first women's golf gold in 116 years)"고 보도했다. 샷이 좋았지만 특히 퍼팅이 경쟁자와 비교해 월등했다. 그린을 읽는 탁월한 능력과 상황에 따라 잔디 결에 공을 태우는 다양한 퍼팅으로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섰다.
"퍼팅의 달인은 우승할 수 있지만 퍼팅을 못하는 장타자들은 아무도 제압할 수 없다(A good player who is great putter is a match for any golfer. A great hitter who can not putt is a match for no one)"는 명언이 적중한 셈이다. 현지에서는 "퍼터를 든 박인비는 걸작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의 마에스트로 같았다(Inbee Park with a putter is a maestro orchestrating a masterpiece)"라고 극찬했다.
"지금처럼 퍼팅을 한다면 그 누구도 박인비를 꺾을 수 없다(As long as she keeps putting the way she is she's going to be very hard to beat)", "박인비의 퍼팅 비결은 양팔과 어깨에서 긴장을 푸는 것이다(The key to Inbee's stroke is the total lack of tension in her arms and shoulders)"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퍼팅은 먼저 홀의 습성부터 파악하는 게 지름길이다. 제일 쉬운 문으로 들어가는 정면(straight) 돌파가 첫번째다. 브레이크가 없고 평지나 오르막일 때 딱이다. 똑바로 겨냥하고 다소 강하게 치는 방법이다. 오르막이 심하면 홀 뒷벽을 쳐서 집어넣는 '백 어택(back attack)'도 가능하다. 내리막 퍼팅은 그러나 브레이크를 활용해서 공의 힘을 죽이는 '비실 퍼트(dying putt)'가 답이다.
박인비는 짧은 퍼팅이 유난히 안되는 날은 "짧게 끊어 치는 '때리는 퍼트'를 하라"고 조언했다. "때리지 말고 부드럽게 밀어주라"는 퍼팅 메뉴얼과는 상반되지만 느린 그린이나 1.5m 거리에서는 사실 홀을 향해 때려주는 게 효과적이다. 약하면 홀 앞에서 멈추거나 방향을 틀어버리기 때문이다. 108mm의 홀에 공을 넣는다고 생각하면 그 만큼 어렵다. 홀을 크게 보라는 이야기다. "퍼트에는 방법(method)이 없고, 정해진 형태(style)도 없다"는 스코틀랜드의 명언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글=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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