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화 인턴기자]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반정부 세리머니를 해 논란을 일으킨 페이사 릴레사(26·에티오피아)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릴레사는 21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에서 출발해 구하나바하 해변도로를 돌아오는 남자 마라톤 42.195㎞ 풀코스를 2시간9분54초에 달려 은메달을 차지했다.
그러나 은메달을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릴레사는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두 팔을 엇갈려 엑스(X)자를 그렸다. 평화시위대를 폭력으로 진압하는 에티오피아 정부를 향한 ‘반정부 세리머니’였다.
릴레사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에티오피아 정부의 폭력적인 진압을 반대하는 의미다. 나는 평화적인 시위를 하는 반정부 시위대를 지지한다"고 했다.
릴레사는 에티오피아 오로미아 지역 출신이다. 오로미아 지역은 반정부 정서가 강한 곳이다. 에티오피아 오로모 족은 총인구 약 9900만명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부족이지만 정부로부터 정치적 사회적 차별을 받아왔다.
이들의 누적된 불만은 2015년 11월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를 계기로 폭발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지난해 11월 오로미아주 일부 도시들을 수도인 아디스아바바로 편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오모로 족은 정부의 계획이 실행되면 자신들이 전통적으로 소유해온 땅을 빼앗길 수 있다며 시위대를 구성해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지난 8일에는 시위대 백여 명이 보안군의 무차별 총격에 숨지는 일도 있었다. 국제앰네스티(AI)는 8일 “보안군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쏴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포함한 중부의 오로미아 주에서 최소 67명이 숨졌으며 북부 도시 바히르다르에서도 3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릴레사의 반정부 세리머니는 이같은 배경에서 나온 행동이다. 그러나 릴레사가 메달을 박탈당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에서 일체의 정치적 선전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헌장 제 50조 3항은 ‘올림픽 관련 시설과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지역 안에서는 정치적, 종교적, 인종차별적 시위나 선전 활동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릴레사는 22일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폐회식에서 정상적으로 마라톤 메달 시상식에 참석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메달을 수여했고 릴레사는 별다른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릴레사가 메달을 박탈당하지 않는다 해도 고국으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시드니 모닝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에티오피아로 돌아가면 죽음을 당하거나 투옥될 지도 모른다. 아직 결정하지 못했지만 아마도 다른 나라로 망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릴레사의 용기는 에티오피아의 사회적 불평등과 인권 문제에 대해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그의 메달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윤화 인턴기자 yh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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