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때만 사라졌다 나타나는 노점상...쓰레기 투기 등 불법행위 여전
[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해가 져도 계속되는 찜통 더위에 등줄기 가득 땀이 베어나는 20일 오후 9시.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물빛광장 근처로 불법노점상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야광봉, 아이스크림, 번데기 등이 담긴 카트를 밀고 들어와 자리를 잡고 능숙하게 장사를 시작했다. 금세 10개가 가까운 노점상들이 모여들었다.
조금전까지 서울시와 경찰의 합동 단속반이 휩쓸고 지나갔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날 서울시는 경찰청과 함께 한강 내 질서위반 행위 집중단속에 나서 청원경찰(공공안전관)을 비롯 경찰, 시민안전관 등 총 63명을 투입해 전동휠, 무단 상행위, 애완견 관리소홀, 쓰레기투기, 야영ㆍ취사행위 등을 단속했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오후 9시가 넘어 단속반이 철수하자 마자 숨어있던 불범노점상들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일부 노점상은 휴대용 랜턴에 의지해 닭꼬치를 구워 파는 바람에 연기가 자욱했다.
최근 들어 급속히 늘어나 집중 단속 대상으로 떠오른 전동휠 탑승 행위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6월 합동 단속 당시 41건에서 이날 24건으로 단속 건수가 줄었지만 오후 7시가 넘어서자 전동휠을 타고 한강공원에 들어오는 시민들이 늘어났다. 전동휠이 불법인지 몰랐다며 단속에 나선 공공안전관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한 20대 커플은 전동킥보드 한 대를 함께 타다 단속에 걸리자 "1년을 탔는데 한 번도 단속에 걸린 적이 없다"면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공공안전관을 5명이 봤는데 한명도 안 잡았다"며 왜 여기서만 잡는지 모르겠다고 따졌다. 또 다른 30대 남성은 "대여업체에서 불법이라고 말해준 적이 없다"며 "애꿎은 시민들에게 과태료를 물리고 대여업체에게는 아무런 책임도 물리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날 단속 건수가 줄어든 것도 전동휠 대여 업체들이 단속 정보를 들은 손님들을 다른 공원으로 안내했기 때문이라는 게 시 관계자의 귀뜸이었다.
실제 5호선 여의나루 역 출구앞에는 전동휠 대여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영업 중이었다. 지하철역을 나와 삼삼오오 모여 있는 시민들에게 다가가 역에서 가장 가까운 대여업체라고 홍보했다. 한강공원에서 전동휠을 타는 게 불법이냐고 물어보지 않는 한 이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다. 전동휠 대여업체 앞에서 만난 박모(22)씨는 "(대여업체에서) 한강 공원내 전동휠 타는 게 불법이라고 말해주진 않았다"며 "마포대교와 서강대교 등에서 타도된다는 말만 해줬다"고 말했다.
한강공원 내 쓰레기문제도 여전했다. 전단지, 일회용 컵, 꼬치 등 쓰레기가 잔디밭, 계단 난간 등에 널브러져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러나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않았다. 이날 적발한 쓰레기 무단투기 건수는 0건이었다. 간단히 친구들과 맥주를 하러 나왔다던 신모(31)씨는 "잔디밭에 음식물 쓰레기가 있어 입맛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날 단속에 나선 여의도안내센터 관계자는 "쓰레기 불법 투기 현장을 잡는 게 쉽지 않다"며 "특히 구청에서 배포허락을 받은 전단지의 경우 과태료를 물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밤 10시가 다 돼가는 시간에도 물빛 광장에서는 물 썰매를 타는 아이들도 있었다. 미끄럼을 타면 넘어져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물빛광장 조형물 앞에는 미끄럼을 타지 말라는 주의사항이 붙어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패트병이나 플라스틱 썰매 등을 깔고 경사진 조형물에 올라 미끄럼을 타며 즐거워했다. 심지어 아이들의 물 썰매를 뒤에서 밀어주는 부모도 있었다. 그는 "(내가)지켜 보고 있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단속 결과 총 71건의 무질서 행위가 적발돼 과태료 부과(33건) 또는 계도(38건)의 조치를 받았다. 지난 6월 단속 때 적발한 268건의 1/4 수준이다. 과태료 부과는 전동휠 탑승 금지 위반 24건, 이륜차 출입 8건, 기타 차량 진입 1건 등이었다. 전동휠 16건, 이륜차 2건, 불법노점에 의한 무단 상행위 10건, 전단지 6건, 애완견 관리소홀 4건은 계도 처분했다.
여의도안내센터 관계자는 "실제 단속건수가 준 만큼 효과가 있는지는 주말이 지나야 알 수 있다"며 "한강에 놀러와 즐기시는 것도 좋지만, 시민 스스로 질서를 지켜주시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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