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 장바구니 물가와 괴리 커져
폭염으로 채솟값 오르고 가공식품도 잇딴 인상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오종탁 기자] 정부의 통계와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지만 장바구니 물가는 오히려 치솟는 추세다. 특히 추석 명절을 앞두고 채소와 고기 값 등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7% 올랐다. 이런 상승률은 지난해 9월(0.6%) 이후 10개월 만에 최저치다. 올 1월 0.8%를 기록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월 1%대로 올라섰다가 5월 ·6월(0.8%)에 이어 7월까지 0%대에 머물렀다.
국제유가 약세로 석유류 가격이 1년 전보다 8.9% 하락한 영향이 컸다. 석유류 가격은 전체 물가를 0.38%포인트(p) 끌어내리는 효과를 냈다. 반면 서비스물가는 1.9% 상승해 전체 물가를 1.05%p 높였다.
서비스 중에서도 하수도요금(18.0%), 전기요금(7.2%), 외식 소주가격(13.2%), 전셋값(3.6%)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들은 모두 올랐다.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0.2% 상승했다.
수치상으로 식품 등을 포함한 생활물가는 전년 동월과 비교해 변동이 없었다.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오히려 0.4% 하락했다.
그러나 실제 소비 현장에서는 '장을 보기 무섭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물가 상승세를 체감하고 있다. 사육 두수 감소로 한우값이 치솟고, 폭염으로 잎채소 가격이 뛴 데다가 소주, 과자 값 등이 인상됐다.
특히 지난달에는 집중호우, 폭염 등의 영향으로 채소 출하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뛰었다. 특히 배추, 무, 양파 등의 가격은 한동안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돼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가공식품 값도 치솟고 있다. 롯데제과, 크라운제과, 해태제과, 농심 등 빙과업체들이 판매관리비, 물류비, 인건비, 원재료비 상승 등을 이유로 평균 8.4%의 인상률로 과자값을 올렸다. 새우깡이나 양파링, 자일리톨껌 등 유명 제품들도 포함됐다.
여름철 수요가 급증하는 빙과류 가격도 일제히 뛰었다. 롯데제과와 해태제과 등 빙과 4사는 가격을 최대 100원 가량 인상했고 코카콜라는 음료 가격을 평균 7% 올렸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소줏값 인상행렬에도 하이트진로 '참이슬', 무학 '좋은데이'와 '화이트', 대선주조 '시원', 롯데주류 '부드러운 처음처럼', 보해양조 '잎새주' 등이 나섰다.
이밖에 여름철 보양식으로 꼽히는 냉면이나 삼계탕 등 외식메뉴들의 가격도 임대료와 원재료값 상승을 이유로 크게 상승세를 이어갔다. 유명 냉면집의 경우 한 그릇에 1만5000원~1만7000원대까지 올랐다.
이처럼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 물가지수와 체감물가 간 괴리의 이유로는 지표 산정기준의 차이가 꼽힌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계소비 지출에서 비중이 큰 481개 대표품목의 가격변동을 가중평균해 산출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주로 이용하는 품목의 가격변동에 영향을 받는다. 구매 시점과 소득에 따른 차이도 있다.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내년 물가통계를 전면 개편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통계청은 소비자물가지수 구성품목의 개편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앞당기고 가중치를 조정할 계획이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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