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우리 공군은 북한이 미그기(Mig-17,21)를 전력배치하자 F-5 전투기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1965년 4월 30일 공군 수원전투비행단에 첫 인수된 이후 1986년에는 대한항공에서 조립생산해 제공호라는 명칭을 붙였다. 당시만해도 국내에서 전투기를 직접 생산한 국가는 아시아에서 일본, 호주 뿐이었다. 세번째 국내 전투기생산 국가대열에 오른 셈이다. 현재 F-5 전투기는 점차 도태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아직도 최전방 부대에는 F-5 전투기가 주력 전투기로 활약하고 있다. F-5 활약 노하우를 보기 위해 지난 25일 공군 수원 10전투비행단을 찾았다.
활주로에 들어서니 5분도 되지 않아 등에 땀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활주로 위 온도는 영상 35도. 체감온도는 40도를 육박했다. 저 멀리 불빛을 내며 전투기 한 대가 활주로 아지랑이 사이로 착륙을 시도했다. 바퀴에 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착륙한 F-5전투기는 활주로 절반정도를 지나자 꼬리날개에서 14m길이의 낙하산을 펴며 속도를 줄였다.
F-5전투기 조종사인 안태주 대위는 "비가 오거나 활주로가 얼어버리거나 날이 뜨거우면 착륙속도를 제어하기가 힘들어 낙하산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F-5전투기가 활주로에 닿는 순간 속도는 시속 350Km. F-5전투기 착륙이후 활주로 중간지점에서 속도를 시속 220km이내로 줄이지 못하면 착륙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전투기는 낙하산을 펴야 한다. 낙하산은 1Km이내에 속도를 시속 200km 넘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F-5전투기는 활주로 끝 지점에 도착하자 낙하산을 기체에서 분리시켰다. 순간 어디선가 장병들이 뛰어 나와 낙하산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몸놀림은 재빨랐다. 다음 전투기가 착륙하기 전에 정리를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가까이 가보니 장병들은 온몸에 땀을 비오듯 흘렸다. 그럴만도 한 것이 13kg에 불과한 낙하산이 활주로에 늘어져 있다면 장병들은 100kg가 넘는 물건을 끄는 것과 같다고 군 관계자가 귀뜸했다.
낙하산 관리는 꼼꼼했다. 낙하산이 옮겨진 장구대대에 들어서니 장병들은 15m가 넘는 탁상위에 낙하산을 펴고 점검하느라 말을 붙이기도 힘들었다. 장병들은 낙하산이 찢어진 부분이 없는지, 진흙이 묻지는 않았는지 꼼꼼히 살폈다. 장병들은 점검을 마친 낙하산을 20cm 폭으로 접어 책가방을 싸듯 가방에 접어넣기 시작했다. 일부 낙하사는 세척실로 옮겨졌다. 세제로 세탁을 마친 낙하산은 20m높이의 타워에 걸어 자연건조를 시켰다.
김종혁 장비정비대대장(소령)은 "낙하산을 제대로 정비하지 않으면 전투기의 속도를 줄이지 못하거나 낙하산이 얽혀 제 기능을 발휘 하지 못 할 수 도 있다"며 "전투기와 전투기 조종사의 성능발휘는 장비점검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군 관계자는 다른 장비를 보여주겠다며 기자를 개인장구 보관실로 이끌었다. 들어서자마자 보관실 공기는 서늘했다. 조종사들이 해상임무때 착용하는 해상방수복은 물론 개인헬멧 등을 보관하는 보관실 온도는 영상 24도, 습도 60%를 유지했다. 재질변형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공군 관계자는 장비대대의 주요임무 중 하나라며 조종사의 생존키트, 생환조끼 등을 꺼내보였다. 조종사 좌석 밑에 장착된 생존키트안에는 식수, 구급약, 비상식량 등 50여종이, 생환조끼에는 조명탄, 나침반, 위성통신기등 10여종의 장비가 구비돼 있었다. 이 장비들의 이상유무를 살펴야 하는 것도 장비대대의 임무였다.
밖으로 빠져나오니 F-5전투기들이 연이어 이륙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 전투기 조종사는 정비대대 대원들을 보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최정예 조종사도 전투기와 자신의 실력을 믿기 위해서는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무언의 표시처럼 느껴졌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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