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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열기보다 뜨거운 소방구조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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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열기보다 뜨거운 소방구조중대 10비 소방구조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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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열기보다 뜨거운 소방구조중대 10비 소방구조전대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지난 3월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폐품처리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주민들은 인근 소방소에 화재를 신고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관할소방서의 화재진압차들이 이미 다른 화재로 모두 출동을 나갔기 때문이다. 관할 소방서는 수원에 위치한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비행단 소방구조중대는 긴급히 출동에 나섰고 신고 20분만에 화재를 모두 진압하고 대형사고를 막아냈다. 공군의 전투기의 안전사고는 물론, 대민지원까지 책임지고 있는 이들의 활약상을 엿보기 위해 지난달 10전투비행단을 찾았다.


기자가 학창시절, 선생님이 자신의 꿈을 도화지에 그리라고 하면 소방관을 그렸다. 소방관은 남자들의 로망이자 정의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기자는 이날 소방관을 체험할 수 있다는 기대심에 부풀어 오른 것도 이때문이다. 소방훈련을 체험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수원 제 10전투비행단 소방구조중대. 활주로 옆에 위치한 빨간색 소방차들은 금방이라도 튀어나갈듯한 기세로 항공기소방차, 경화학소방차 들이 육중한 몸매를 드러냈다. 활주로위에 항공기의 돌발사고는 물론 부대내 화재, 대민지원까지 모두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소방차의 종류도 다양했다.


허강석 소방구조반장은 "무더운 날씨에 훈련을 하게 되서 불길을 실제 접하지 않아도 충분히 고된 하루가 될 것"이라며 겁을 줬다. 이날 날씨는 오전부터 32도를 훌쩍 넘겼다. 허 반장 손에 이끌려 장비를 착용했다. 소방구조장병들이 착용하는 기본적인 장비였지만 첫 단추부터 버거웠다. 군복위에 두꺼운 소방복만 입었는데도 등줄기에는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어 일반 면장갑보다 3~4배 두꺼운 소방장갑, 헬멧 등 4kg이 넘는 개인보호장구를 착용하니 걸음걸이조차 불편해졌다. 산소통은 압권이었다. 6kg가 넘는 산소통을 어깨에 메니 몸은 반사적으로 앞으로 숙여지고 숨도 가빠졌다. 안면을 모두 덮는 산소마스크를 써보니 거친 숨소리가 그대로 들려왔다.


한여름 열기보다 뜨거운 소방구조중대 10비 소방구조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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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복을 거의 입었을때쯤 갑자기 싸이렌이 울렸다. 화재발생이다. 장병들은 각자 재빨리 움직이더니 기자와 똑같은 복장을 순식간에 착용하고 소방차로 달려나갔다. 기자도 얼떨결에 뒤를 따라 나갔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소방차는 일반차량과 달리 높이만 1m가 넘었다. 산소통까지 어깨에 멘 기자는 어떻게 할 줄 을 몰라 안절부절한 사이 나머지차량은 싸이렌을 켜며 출발했다. 차량에 올라타자마자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소방차 운전병은 본부와 교신을 통해 화재위치, 화재발생 건물의 구조, 화재의 종류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화재의 종류에 따라 화재를 진압하는 방식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도착한 곳은 장교들의 독신자숙소(BOQ). 소방구조장병들은 도착하자마자 한마디 대화도 나누지 않고 재빨리 움직였다. 앞에 서 있는 소방차의 소방호수를 뒤 소방차에 연결했다. 소방차 두대로 불을 진압하기 보다는 한대에 소방용수를 공급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장병들은 진압을 위해 소방호수를 잡고 일렬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기자는 두번째에 합류했다. 맨 앞에 서 있던 장병은 물이 발사가 되면 압력으로 인해 뒤로 밀릴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을 어깨로 밀어 버텨줘야 한다고 했다. 긴장한 탓인지 소방헬멧 안에서의 내 숨소리는 점점 더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화재가 발생한 방에 다가서자 장병들은 멈췄다.


맨앞에 서 있던 장병은 손으로 문의 표면을 만지기 시작했다. 불길이 문에 얼마나 떨어져 있나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문을 갑자기 열면 산소가 급작스럽게 들어가 오히려 불길에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을 확인하고 문을 열자마자 진압은 시작됐다. 뿜어져 나오는 물의 압력은 어마어마했다. 진입을 시도하던 장병은 천장 먼저 살폈다. 혹시 모를 붕괴사고를 감지하기 위해서였다.


이어 선두에 섰던 소방장병은 의식불명의 환자를 발견하고 밖에 엎고 나와 소방마스크를 벗더니 응급조치에 들어갔다. 기자는 순간 놀랬다. 맨 앞에서 화재진압을 하던 장병은 바로 여군이었기 때문이다. 여군보다 체력이 좋을 듯해 심폐소생술에 도전해봤다. 하지만 5분도채 되지 않아 포기하고 말았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산소통을 메고 환자의 가슴을 반복해 누르다보니 차오르는 숨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여군인 김지혜 중사는 "공군에만 있는 소방특기는 인명살상이 아닌 인명구조라는 점에서 보람을 더 느낀다"며 "일반 소방관들이 받는 교육외에도 군특성에 맞는 소방 교육들이 많아 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훈련을 모두 마치자 뜨거운 아스팔트위 아지랑이가 눈에 들어왔다. 찌는 듯한 더위도 불길을 잡는 이들의 열기 앞에서는 마냥 힘이 없어 보였다. 공군을 지키는 힘은 이들에게서 나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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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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