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불거지면 '허위''괴담'으로 일축…'대화 않겠다' 의도 다분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대한민국 권력의 핵심이라는 청와대를 출입한지 오늘로 꼬박 열흘이 됐다. 취재원이 제한적인데다 대통령 경호문제로 인해 엠바고(보도 유예)도 민감해 긴장의 나날이었다.
열흘을 돌이켜 보면 청와대 취재는 각종 쏟아지는 의혹에 대한 방어가 주류를 이뤘다. 온 국민의 관심의 대상이고, 때로는 공격받는 입장이라는 점 때문에 '괴담' '저의' '허위' '지라시'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눈에 띄었다.
이런 단어들의 공통점은 상대방의 공세를 꺾음과 동시에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도입 과정에 불거진 논란이 대표적이다. 청와대는 사드 논란이 일자 '괴담'으로 치부하고 국정혼란을 부추기는 행동으로 규정했다. 소통하겠다는 의지는 읽히지 않았다.
물론 지난 주 박 대통령의 몽골 공식방문 직전 경북 성주로 사드배치지역이 결정된 이후 황교안 국무총리가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황 총리는 물병, 계란세례를 받고 6시간 이상 빠져나오지 못했다. 청와대는 그 이후에도 주민들에게 사드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설득하는 과정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전자파 논란에 대해 진지한 대화 대신 '괴담'으로 단정지었다. 더 이상 대화를 잇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선다면 상황은 크게 바뀔 수 있겠지만 청와대는 엄두조차 내지 않고 있다. '말로만 소통을 외친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갖가지 의혹이 연일 쏟아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최고 실세와 관련된 의혹을 '개인의 사생활'로 치부해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멘트가 아무 것도 없다는 게 이유다.
청와대에서는 '근거 없이 의혹을 부풀려서는 안된다' '본인이 아니라는데 조사할 필요가 있냐'는 반응을 내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거대한 의혹을 설명하기에는 너무 약했다. 특히 언론 앞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우 수석이 20일 이례적으로 직접 춘추관을 찾아 자신을 둘러싼 갖가지 의문을 해명한 것도 '청와대는 관련이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적잖다.
우 수석 의혹에 대한 청와대의 침묵은 소통부재라는 현 정부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청와대는 그동안 유리하거나 목소리를 내고 싶을 때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반면, 불리할 때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태도를 취해왔다.
국정을 책임지는 청와대가 문제해결에서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면 남는 것은 소모적인 갈등 뿐이다. 다음달 경제를 살리기 위한 추가경정예산과 노동개혁, 규제개혁 등 국정과제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국정의 또 다른 한 축인 국회는 우 수석 의혹과 여당 의원들의 녹취록 파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원칙없는 이중잣대는 결국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다. '이현령 비현령'식의 잣대로는 상대를 설득할 수 없고, 지시를 하더라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스스로 레임덕을 부를 이유는 없지 않은가.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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