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부동산시장 불안…정부, 지속적 대응키로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에 따른 파장이 올해 하반기 내내 우리 경제의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이 올해 말 EU와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해 2018년 말에는 EU 탈퇴를 마무리할 계획이어서 협상 개시 전은 물론 협상 과정에서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할 지 예측하기 어렵다. 세계 경제는 브렉시트로 인한 쇼크 상태에서 벗어난 모습이지만, 영국 부동산시장 불안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새 내각을 구성한 뒤 늦어도 올해 말에는 EU와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부 장관이 브렉시트와 관련한 시나리오 초안을 만들었으며, 다음 주중 구체적 계획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텔레그래프가 지난 14일 보도했다. 올해 안에 협상은 없을 것이라던 메이 총리의 말보다는 좀 앞당겨진 것이다. 영국은 최종적으로 2018년 12월에는 EU를 떠나 브렉시트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영국은 EU와 상품 무관세를 관철시키되 통제되지 않은 이민은 거부한다는 구상이다. 세계 주요 시장과는 최대한 빨리 새로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방안도 추진한다. 미국과는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추진에 속도를 내고 한국을 비롯 중국·인도·일본 등 주요국과의 무역협상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EU와의 협상이 영국의 의지대로 진행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독일·프랑스 등 EU를 이끌고 있는 국가들이 영국에 유리한 협상을 용인하지 않을 것인 만큼 수시로 갈등이 표출될 전망이다. 브렉시트에 이어 다른 EU 회원국이 탈퇴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해 EU의 결속력이 더욱 약화될 수도 있다. 정치적 불안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수시로 요동을 칠 수 있다.
미국 재무부 금융조사국(OFR)은 최근 2분기 시장여건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정치 및 금융 불확실성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금융충격이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 경제의 불안감도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영국 파운드화의 폭락은 어느 정도 진정됐지만, 부동산시장 불안이 가시화 되고 있다. 지난 14일 여러 자산운용사들이 144억 파운드 규모의 개방형 상업용 부동산펀드(CRE)의 환매를 일시 중단했다. 이는 전체 개방형 CRE(350억 파운드)의 41.1%에 달하는 규모다. 이들 펀드는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45%로, 일부에서는 향후 펀드런이나 주택시장 경색 등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주택가격 하락이 예상됨에 따라 일부 개방형 CRE의 환매 요구가 늘어나고, 부동산 매각이 단기에 이뤄지기 어려운 만큼 현금부족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 사태는 전체 CRE로 확대되고 주택모기지시장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와는 달리 영국 부동산펀드는 부동산 현물에 투자해 파생상품을 통한 전염이 제한적이라고 국제금융센터는 분석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세계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 외환관리 강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대외 건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한편 우리 경제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외환 보유액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이라며 "또 유사시 재원 확충을 위한 제도를 정비하는 등 시장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주요 20개국(G20), ASEAN+3(동남아시아국가연합+한·중·일) 등 다양한 협의체를 통해 부정적 파급효과가 확산되지 않도록 긴밀히 협조하겠다"면서 "정부는 영국과 유럽연합 간 통상관계 등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를 모니터링하면서 새로운 FTA 체결, 기존 FTA의 수준 제고 등 교역 확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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