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인한 후폭풍이 하반기에도 수입자동차 시장을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수입차와 역사를 함께 해오며 시장의 폭풍 성장을 견인한 1세대 최고경영자(CEO)들에도 위기가 오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과 박동훈 르노삼성자동차 사장, 정재희 포드코리아 사장,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은 수입차 '대부(代父)'로 통한다. 자동차 업계에 20~30년 이상 몸담아 오면서 CEO만 10여년 이상 맡아 온 경영의 귀재들이다.
지난해 수입차 연간 판매량이 역대 최초 20만대를 넘어설 정도로 그동안 시장이 지속 성장할 수 있게 기반을 만든 주역들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폭스바겐 사태로 인한 불똥으로 수입차 시장 전체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고민도 커졌다.
폭스바겐 사태 후폭풍의 직격탄은 박동훈 사장을 향해 날아갔다. 지난 8일 폭스바겐 차량의 배출가스 조작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폭스바겐이 2010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배출가스와 연비, 소음 인증을 통과하기 위해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혐의를 포착해 조사 중이다.
박 사장은 2005년 폭스바겐코리아 법인 설립 당시 초대 사장으로 취임해 2013년까지 근무했다. 2013년 9월 르노삼성 영업본부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 4월 르노삼성이 첫 한국인 CEO에 올랐지만 최대 위기를 맞았다. 배출가스 조작에 관여한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CEO 자리도 위태로울 수 있다.
정재희 사장도 포드 익스플로러 차량의 배출가스 실내 유입 논란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익스플로러의 배출가스 실내 유입 논란에 대해 정부가 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익스플로러의 배출가스 실내 유입건에 대해 자동차안전연구원에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아직까지 명확한 국제 기준은 없지만 미국에서도 조사에 들어간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배출가스가 실내로 유입돼 운전자가 일산화탄소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안전운행에 영향을 미친다면 리콜(결함시정) 조치될 수 있다.
정 사장은 1992년 포드 한국시장 개발 매니저, 1999년 포드코리아 영업ㆍ마케팅 총괄 상무를 거쳐 2001년 CEO에 올랐다. 2012년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회장에 취임했으며 지난 3월 최초로 3연임에 성공했다.
폭스바겐 사태의 영향으로 유럽 차량의 국내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했다. 독일차는 9.2% 줄었다. 폭스바겐 사태가 해결되지 못할 경우 독일차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하면서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의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다.
김효준 사장은 지난 상반기 수입차 판매대수 1위 자리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에 뺐겼다. 5년 만에 정상 자리를 내줬다. BMW와 벤츠는 각각 상반기 2만3154대, 2만4488대를 팔았다.
김 사장은 1995년 BMW코리아 상무이사, 2000년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CEO 자리를 맡아오고 있다. 지난해까지 연간 판매대수에서 7년간 연속 수입차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정우영 사장은 2001년 혼다모터사이클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03년 혼다코리아 사장에 취임했다. 1976년 기아기연공업에 입사해 1996년 대림자동차공업 이사를 거쳐 2000년 대림자동차공업 대표이사를 역임한 후 혼다로 자리를 옮겼다.
혼다코리아는 2008년 연간 1만2356대를 팔아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등 수입차 시장을 선도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판매량이 절반 이하로 급격히 감소했다. 7년 연속 6000대 미만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에도 판매량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 상반기 수입차 판매대수는 7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1월 폭스바겐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 성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가 그동안 수입차 시장의 지속성장에 크게 기여한 1세대 CEO들에게도 큰 고민과 과제를 주고 있다"며 "수입차 시장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이들이 수입차 전체로 확산된 위기 상황에서 각자 처한 과제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할 경우 그동안 쌓았던 명성에 금이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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