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받으려면 향후 민형사상 소송 책임져야 한다는 확약서 써야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정부 지원방안은 대출…공단 재개시 1개월 내에 전부 갚아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정부의 기업 피해액 산정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특히 정부가 기업들의 피해신고액은 줄이고 지원내용은 부풀리는 꼼수를 썼고 그나마 정부가 지원하는 대출금을 받으려면 민형사상 소송 가능성에 대해 기업이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당한 내용의 확약서를 써야만 한다고 토로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8일 서울 여의도에서 간담회를 열고 기업들이 건의한 내용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비대위 측은 "기업 측 비대위에서 건의한 내용 중 정부가 반영한 내용은 극히 미미하다"면서 "그나마 받아들여진 부분은 신고기간 연장, 서류제출 간소화 등 피해금액과 직접 관련성이 적은 내용에 한정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피해규모를 총 7779억원으로 확정, 발표한 바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투자 자산은 5088억원, 유동자산 1917억원, 개성공단 미수금 등 774억원 등이다. 하지만 비대위는 정부가 기업 피해실태 합계액에는 공기업을 빼 신고액수를 줄이고 지원금에는 공기업을 이를 포함시켜 실제 기업들이 지원받는 금액을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피해금액 관련 내용 중 기계설비 등 고정자산에 대해 실가치를 반영하기 힘든 장부상 잔존가격만 기재토록 해서 비대위에서 이의를 제기했다"면서 "이어 기업별로 추가 비용을 들여 감정평가를 진행해 공정가격을 제출했지만 통일부 피해 집계에서는 아예 제외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비대위는 수출입은행에서 최근 입주기업들에 발송한 확약서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입주기업은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대출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확약서를 써야 하는데 이 확약서가 입주기업과 협력업체 간 분쟁의 책임을 입주기업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확약서 3항에는 '당사는 거래처 소유의 유동(재고)자산 피해와 관련하여 발생한 제반 문제에 대해 정부의 지원기준(실태조사에서 확인된 유동(재고)자산 피해금액의 70%, 기업당 한도 2,200백만원)을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토록 노력하며, 원만한 협의 및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의 사유로 발생하게 되는 민형사상의 책임을 부담할 것을 확약합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비대위는 "정부의 지원은 보상이 아닌 전부 갚아야 하는 대출"이라며 "이 대출을 받으면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법적인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하지만 최근 기업 상황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이런 불공정한 조항이 달린 대출이라도 받아야만 하는 처지에 몰린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대위는 향후 정부의 이 같은 부당한 처사를 알리는 대국민 호소 및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거리 투쟁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정기섭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지금까지는 정부가 개성공단 중단을 선언했으니 어떠한 보상책을 마련해줄 것이라 믿고 기다렸지만 이제는 더 이상 행동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면서 "앞으로는 기업이 이처럼 억울하게 피해를 봤다는 점과 개성공단 재개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알리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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