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역량 이상의 일을 진행해" 비판…'무늬만 친환경' 지적도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미국 내 혁신의 상징으로 주목받았던 테슬라가 투자자들의 우려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지나친 야심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슬라의 솔라시티 인수 발표에 이어 자율주행 모드(오토파일럿) 기능을 사용하던 모델S 전기차 운전자 사망 사고가 벌어지면서, 머스크 CEO가 자신의 역량 이상의 일을 강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머스크 CEO가 2006년 마련한 '마스터플랜'을 실현, 테슬라를 전기차 업계의 대표주자로 키워낸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게 문제다. 테슬라가 운전자들에게 차를 인도하기 전에 충분히 테스트를 거쳤는지, 운전자가 안전수칙을 제대로 전달받았는지는 미지수라고 WSJ는 지적했다. 머스크 CEO가 큰 그림을 그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세부적인 부분까지 완벽히 마무리짓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혹은 또 다른 테슬라 관련 사고가 이어지면서 확산되고 있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 1일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고속도로에서 테슬라의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 모델X가 가드레일과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며, 운전 중 자율주행 모드를 사용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망자는 없지만, 이 사고가 자율주행 도중에 일어난 것임이 밝혀질 경우 테슬라에는 큰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
머스크 CEO가 마스터플랜의 일환으로 진행중인 테슬라의 솔라시티 인수 역시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솔라시티의 실적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자칫 테슬라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와 솔라시티 양사는 지난 한 해 동안 16억달러(약 1조86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WSJ는 "머스크 CEO가 세상을 빨리 바꾸고 싶어하는 것은 잘 알겠다"면서도 "그러나 자신의 야망이 지나치게 커져버린 것이 아닌지, 그 야망이 회사뿐만 아니라 투자자들과 소비자들까지 위험하게 하지 않을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회사가 내부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매도 투자자 짐 채노스는 6일 CNBC방송에 출연해 "올해 들어서만 8명의 임원이 테슬라를 떠났다"며 "이름값 높은 회사에서 이토록 많은 임원이 회사를 떠났다는 사실은 밸리언트의 전례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제약회사 밸리언트는 최근 분식회계를 통해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으며 CEO가 사임했다.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모델3 사전 예약에서 대박을 내고 '친환경'을 내세우고 있지만 무늬만 친환경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의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리튬은 북부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서 주로 나는 것으로, 더 많은 리튬을 캐내기 위해 환경이 파괴되면 이 지역에 사는 플라멩고 새들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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