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나 노르웨이에선 불체포특권 포기, 독일은 명예훼손에 예외 규정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면책특권의 핵심인 불체포특권은 영국 하원이 절대왕정 시대에 군주의 전횡에 맞서기 위해 처음 마련했다. 이 같은 내용은 1603년 의회특권법에서 규정됐다.
미국은 헌법에 이를 처음으로 수용한 나라다. 이후 근대에 들어와 대부분의 국가들이 행정부의 부당한 억압과 간섭으로부터 의원의 신분을 보장하기 위해 이를 속속 받아들였다. 국회의 자율적 활동과 대표기관으로서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적용은 지금도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은 반역죄, 치안방해죄 등에서는 예외를 둔다. 영국도 제한적 범위에서만 인정한다. 다만 두 나라는 민사재판에 대한 강제구인을 금지하는 등 나름의 보완책을 뒀다.
일본은 불체포특권에 예외 규정을 뒀다.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1948년 이후 의회에 제기된 체포동의안 20건 중 지금까지 단 2건만 부결됐다. 독일은 명예훼손에 대한 면책 특권을 제한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선 1990년대 ‘마니풀리테’(깨끗한 손) 운동 당시 의원들의 면책특권을 박탈하는 강경책을 썼다. 부패 척결을 위해서였다.
반면 네덜란드나 노르웨이는 아예 불체포특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늘날 불체포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인정하더라도 제한적 범위 내에서 허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에 따라 국내에서도 면책특권과 관련해 점차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공익과 관련 없는 허위 사실의 유포 등에 대해선 제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헌법을 존중하되 이것이 악용될 소지를 막는 조항을 세부법률에 정해 의정활동에 필요한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법학과 교수는 “권력을 견제할 필요가 있어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권한인 만큼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열 광운대 법학과 교수도 “시대의 변화와 현실에 따라 제도를 바꿀 필요는 있다”면서도 “헌법을 개정하는 것보다 의원들에 대한 유권자 감시와 소환 등의 방법으로 이를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여야 정치권이 면책특권을 악용할 소지가 있지만 마찬가지로 이를 없애버리기에는 대한민국에서 검찰의 표적수사 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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