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의 문제의식과 2016년 영국의 놀라운 닮은꼴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16세기 작가인 셰익스피어는, 당시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금융업이 태동하는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것은 산업의 새로운 흐름으로만 온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변화와 함께 스며들었다. 금융업을 이끈 이들은, 당시 이민자로 기존의 기독교 사회와 대립하고 있던 유태인들이었다.
그들은 적대감과 반목 속에서 스스로의 생존을 도모하기 위한 방편으로 높이 이자의 '대출'업을 자임했다. 극도의 불안정한 초기의 정착생활 속에서 특유의 근면과 악착같은 생활력이 소자본을 만들어냈을 것이고, 그것을 굴리는 방식을 통해 불려나갔을 것이다. 그들이 막 생겨나기 시작한 유럽 사회의 경제의식을 투철하게 실천하는 '경제전도사'가 된 까닭은, 사회적인 약점들을 그것으로 커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는 유태인 대금업자들에 대한 일반의 감정을 잘 알고 있었고, 경제논리의 무자비성에 대해 꿰뚫고 있었을 것이다. '베니스의 상인'은, 그런 통찰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자신의 국가가 아닌 베네치아를 택한 것은, 자국에 대한 직접적인 풍자가 낳을 수 있는 물의를 피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베네치아는 유럽 굴지의 무역항으로 상업이 번성했던 나라이며, 따라서 초기 금융업 또한 활성화하고 있었다.
2016년 6월을 뒤흔든 영국의 '브렉시트' 쇼크는, 전세계의 경제를 긴장시키면서 조마조마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의 전통적인 최고 우등국가인 영국이, EU를 박차고 나온 배경과 관련해 많은 진단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400여년전 영국의 셰익스피어가 이미 이런 사태를 예견했다고 한다면 놀랍지 않은가. 우연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시대를 뛰어넘은 통찰일 수도 있다.
기독교도와 유태교도 간의 반목은, 현재 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랍 이민자 갈등을 연상시킨다. 이민자들을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요구는, 샤일록이 주장한 노예나 하인과의 평등 논리와 닮아있다. 거기다가 기독교도 사회의 가치와 유태교도의 가치가 충돌한다는 측면은 브렉시트를 낳은 영국의 내면을 떠올린다. 셰익스피어 시대의 초기금융업은 이제 세계적인 돈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고, 모든 국가의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변수가 되어 있다. 이 점 또한 의미심장하다.
'신용'에 대한 냉혹한 논리는, 살아있는 사람의 살점 1파운드를 베어내겠다는 샤일록의 주장으로 모순을 드러내지만, 그 모순을 품은 채 여전히 경제적인 질서 속에서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인간의 품격과 경제질서 중에서 무엇이 중요한가. 그 문제에 대한 답은, 2016년 인류에게도 여전히 혼란스럽다. 2004년 마이클 래드포드 감독이 만든 영화 '베니스의 상인' 속에서 샤일록으로 열연한 알파치노는 이렇게 소리친다. "그들이 돈으로 노예를 샀듯이, 나도 그의 살점을 돈으로 산 것입니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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