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취임 일성을 통해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으로 무너진 당의 시스템과 기풍의 재확립을 강조하고 나섰다. 박 위원장은 원내대표로서의 권한과 비상대권을 통해 위기 수습은 물론, 정기국회·전당대회·정계개편 등 대선으로 가는 정치일정을 주도하게 될 전망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당의 시스템과 기풍을 다시 확립하겠다"며 "강한야당, 민생정당, 선도정당으로서의 전통을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난파선과 같은 당의 현실을 감안한 듯 박 위원장은 당의 수습과 안정에 무게를 뒀다. 그는 ▲조속한 비대위 구성 ▲인사 최소화 ▲신속한 의사결정 등을 약속하며 "상황을 회피하지 말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자"고 당부했다.
이후 박 위원장은 비공개로 진행된 의원총회를 통해 수습책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은 국회가 다소 한가해지는 7~8월 간 당내 주요인사를 중심으로 '전국 순회 투어' 등을 추진키로 했다. 성난 민심을 다독이고, 제대로 된 틀을 갖추지 못한 지역조직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또 국민의당은 매주 화·목요일에 원내정책회의 대신 의원총회를 정례적으로 열기로 했다.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민주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의원총회를 정례화 하기로 했다"며 "상징성이 있는 분들이 지역을 순회해 간담회를 하거나 비전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안철수·천정배 전 대표도 포함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식 데뷔를 시작으로 박 위원장은 내년 1~2월로 예정된 차기 전당대회까지 당무와 원내(院內)에 대한 모든 권한을 한 손에 쥐게 됐다. 이는 사실상 '징검다리'인 김희옥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당권만 장악한 더민주의 '신(新) 차르' 김종인 비대위 대표 보다도 강력한 권한이다. 이에 따라 박 위원장은 내년 대권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킹메이커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무·원내대책 등 모든 역할이 박 위원장에게 집중된다는 점은 적잖은 부담이다. 앞서 국민의당은 초선 의원의 비율만 60.5%에 달해 정치적 중량감을 갖춘 '스피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 돼 왔다. 당의 실질적 대주주인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사퇴하면서 이같은 상황이 더 심화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 김성식 정책위의장의 실질적 역할도 동반 확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 위원장이 원내대표이자 당 대표로서 정치일정 전반을 통솔하고, 김 원내수석과 김 정책위의장이 실질적으로 원내대책과 정책에 대해 역할분담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이와 관련 전날 "김 수석을 비롯한 원내부대표들, 김 정책위의장 등과 무엇보다도 먼저 튼튼한 원내활동을 중심에 두겠다"며 "앞으로 전당대회도 예정됐기 때문에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한 당직자들이 흔들림 없이 일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