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결정된 후 영국인들의 아일랜드 여권 신청 및 관련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계속해서 EU 시민으로서 권리를 누리고 싶은 영국인들이 EU 회원국인 이웃 섬나라 아일랜드로 탈주를 신청하고 있는 셈이다.
아일랜드는 아일랜드나 북아일랜드에서 태어나거나, 부모 혹은 조부모가 아일랜드인인 영국인들에 아일랜드 시민권 자격을 준다. 이러한 자격을 갖춘 영국인들은 6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찰리 플래너건 아일랜드 외무장관이 영국 국민들에 자제를 요청할 정도로 브렉시트 후 영국인들의 아일랜드 여권 신청은 폭증하고 있다.
북아일랜드의 우체국에서는 여권 신청서가 동이 났고 런던 주재 아일랜드 대사관에는 여권 관련 문의가 하루 200건에서 4000건으로 크게 늘었다. 프랑스에 있는 아일랜드 대사관에도 여권 관련 문의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플래너건 장관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영국이나 북아일랜드 등에서 아일랜드 여권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밀려드는 여권 관련 문의나 신청 때문에 아일랜드를 여행하겠다는 사람들의 수속 업무에 차질이 생길 정도라고 말했다.
북아일랜드의 신페인 정당은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에도 여권 업무를 처리하는 사무소를 개설해 달라고 아일랜드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북아일랜드는 인구 180만명 중 최소 50만명 이상이 아일랜드 여권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일랜드는 지난해 67만건의 여권을 발급했으며 대부분이 아일랜드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아일랜드 뿐 아니라 프랑스나 벨기에 등에서도 여권을 신청하는 영국인들이 늘고 있다.
프랑스에서 15년째 살고 있지만 영국 정부로부터 연금을 받고 있는 올해 63세의 영국인 앤 윌딩씨는 영국 국적을 계속 유지하기를 원하지만 영국이 브렉시트와 관련해 EU와 협상을 제대로 하지 못 한다면 프랑스 시민권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프랑스에서 5년 이상 거주하거나 프랑스인 배우자를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한다. 프랑스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영국인은 약 40만명으로 추산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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