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구조조정 피해자, 팀별로 퇴직인원 할당" 계약합의서 법적 효력 있어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우리도 떠밀려서 지금 회사로 나왔는데 이제 와서 이 회사에서도 나가라니요. '메피아(서울메트로+마피아)'는 이명박, 오세훈, 박원순 시장이 다 만들어 낸 거에요. 폭탄 돌리기처럼 당시에 팀 별로 할당된 퇴직 인원이 있었어요. 구조조정하면서 밀려 온 직원들이 많은데 지금 상황이라면 소송도 불가피합니다."
공기업 경영 효율화 방침의 일환으로 2012년 서울메트로에서 메트로의 용역업체로 이직한 김영수씨(가명·59)는 "황당하다"며 17일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말을 잇지 못 했다. 김씨는 "자른다고 하더라도 그냥 눈 딱 감고 버텼으면 이런 일 안 겪었을 텐데 우리도 오고 싶어서 왔겠냐"며 "대기발령 내고 책상 빼고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오게 됐는데 결국 또 일이 터지니까 우리만 나가야 한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는 '지하철 안전 업무 직영 전환 및 메피아 근절 방침'에 따라 전적자 출신 182명을 전면 퇴출시킨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시와 전적자들 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경영효율화 명목으로 업무와 인력을 함께 외주화하며 유인책으로 전적자의 보수 및 정년 특혜를 담보하는 조건부 민간 위탁을 실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하철 업무 외주화 확대 방침으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로부터 용역업체로 전적한 직원 수는 총 682명으로 이 중 현재 182명(메트로 136명, 도철 46명)이 재직 중이다.
문제는 60세 미만 전적자 73명이다. 이직 조건으로 보장 받은 정년이 아니더라도 공식적인 정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전적자들은 개인별로 처우 수준은 달랐지만 이직 당시 급여, 복지, 정년 등을 이전 직장 수준으로 보장 받았다. 김씨의 경우 보수 수준을 당시 연봉의 75%로 낮췄지만 정년이 연장됐다. 이번에 문제가 된 승강기안전문(스크린도어) 유지·보수업체 은성PSD로 이직한 전적자들은 옮길 당시 '서울메트로와 은성PSD의 계약이 종료되거나 은성PSD에 부도가 나는 상황 등에서는 서울메트로로 재입사가 가능하다'는 조건이 있었다. 만약 서울시가 예외 없이 전적자를 전면 퇴출시킨다면 이 같은 계약 내용을 모두 어기는 셈이 된다.
서울시는 전적자들과 투트랙 협상으로 진행한다. 원칙적으로 전적자를 전면 퇴출시키고 직영 전환 후에도 재고용 대상에서 배제한다는 방침이지만 개별적인 상황을 고려해 별도의 해결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다. 특히 60세 미만 73명의 전적자에 대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배상을 놓고 검토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직 당시 계약했던 합의서가 법적 효력이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일부는 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고 정년이 5~6년 남은 사람은 다시 복직을 요구할 수도 있는데 전적자들이 원만하게 합의가 될 수 있도록 산발적 협상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별건 치유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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