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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경10년후③]디지털 전략이 말로 되는 것인가, 행동과 투자 결단을

시계아이콘04분 34초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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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대격변의 시기입니다. 매일 새로운 생각과 모양을 갖춘 콘텐츠가 쏟아지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실시간 뉴스가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갑니다. 지난 10년 온라인 강자로 우뚝 선 아시아경제이지만 다가올 10년에는 또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고민되는 시기입니다.


박충훈 기자(이하 박)의 진행으로 황용석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이하 황),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이하 백), 이상국 디지털뉴스룸 부국장(이하 이)이 디지털 미디어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너무 솔직하게 털어놓은 신문사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아경10년후③]디지털 전략이 말로 되는 것인가, 행동과 투자 결단을 사진 왼쪽부터 이상국 디지털뉴스룸 부국장, 황용석 건국대 교수,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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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북 라이브, 대안독립 매체의 동영상 뉴스 등 시청각 콘텐츠가 뜨고 있는데요. 이것도 하나의 과도기나 일시적 유행으로 볼 수 있을까요?

: 인간이 문자의 역사를 거쳐 시각중심적인 문화를 이뤄냈어요. 3차원 인터페이스를 경험하는 게 읽는 것보다 인간다운 것 아닌가요? 영상중심적 습득은 컬러 텔레비전 등장 이후 주류가 됐습니다. 모바일이 LTE 환경으로 가고 무제한 요금제가 등장하면서 모바일 트래픽이 높아지고 있죠. 영상 콘텐츠가 훨씬 풍부해질 겁니다. 신문사로 보면 상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이죠.


뉴욕타임스에 출장을 간 적이 있는데 디지털 사업부인 'NYTD' 관계자가 자기네 부서 직원이 늘 것이라 확신하면서 본사인 뉴욕타임스는 인력이 줄어들 것이라 예상하고 있더라구요. 지금 NYTD는 놀랄 정도로 매출이 커요. 언론사가 멀티미디어, IT 기업으로 바뀌지 않으면 생존이 힘듭니다. 전통 모델은 확실히 안 맞아요.


[아경10년후③]디지털 전략이 말로 되는 것인가, 행동과 투자 결단을 뉴욕타임스의 디지털사업부는 나날이 놀라운 성장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뉴욕의 야경.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 쉽게 영상 만드는 툴이 많아졌습니다만. 기존 기자들은 영상 제작에 거부감을 드러내요.


: 일이 바쁘고 교육 시간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겠죠. 기자들에게 혁신적인 리포트를 만드는 과제를 줘야 합니다. 대학 수업에서 YTN과 연계해 학생들이 직접 롱폼(long form) 기사를 작성하는 과제를 하고 있는데요. 멀티미디어를 활용하고 데이터도 매치하는 등 여러 포맷을 집어넣도록 했어요. 오디오 노이즈 통제 등 기술적인 어려움을 빼고는 학생들이 능숙하게 편집해 내고 있습니다.


: 수습기자들이 이런 교육을 대학에서 받고 오죠. 그러나 입사해선 기존 기사 쓰기 방식을 다시 배웁니다.(웃음)


: 학생들은 기초 통계, 빅 데이터 등을 분석하는 법도 배웁니다. 원데이 워크샵을 통해 VR촬영과 편집, 카메라 이용한 동영상 촬영도 학습하죠. 관심이 다들 많아요. 학생들이 신청이 꽤 많아 방학 때도 유지됩니다.


: 편집국 기자들은 새로운 방식을 어려워하면서도 현 미디어 환경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요. 당장의 우선과제는 무엇일까요. 세 분 모두에게 묻고 싶습니다.


: 회사 입장에서는 분명 중장기적 로드맵을 갖춰야 하고 인프라 변화도 있어야 합니다. 어떤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가가 문제에요. 어떤 수요에 맞는 인적 자원을 충당할 것인가도 문제구요. 기술적 인프라, 인적 자원, 이 두 가지 차원 모두 생각해야 한다는 겁니다. 돈 버는 건 콘텐츠 하나의 행위적 노력으로 할 수 없어요. 경영진이 이런 걸 자꾸 믿는 게 문제입니다.


브랜드를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전환하고 핵심콘텐츠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압축적 기술의 전환기입니다. 3-4년 뒤엔 시장이 변한다는 생각을 하고 기초역량에 대한 설계를 해야 해요. 조직을 재배치하고 인사평가 기준을 바꿔야 합니다. 전반적인 노력이 없다면 현상유지일 뿐이에요. 현상유지는 곧 시장을 잃는 것과 같아요.


: 기자들도 바뀌어야 한다는 걸 알죠. 그 변화에 적응할 여유를 주지 못하는 게 문제에요. 기자들이 낮에 취재하고 밤에 동영상 제작을 스스로 배워야 합니까. 그건 무리에요. 회사가 기자들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맞춰줘야 합니다.


: 전 언론계에서 경영진들이 10년 뒤 어때야 한다는 구체적 비전과 방향성을 가져야 해요. 모호하게 ‘어떻게 해보라’라고 던지기만 하면 안 되구요. 불투명한 시장에서 실패해도 좋은 투자자금을 구체적으로 내놓고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할 때입니다.


: 미국의 경우 ‘올 한해 뭘 달성할래?’라고 기자 개인에게 희망 실적을 물어서 계약을 진행하죠. 질적평가 부분이 없어요. 언론사 경영진에게 쓴소리를 하자면 네이버는 상수(常數)입니다. 이 플랫폼 안에서 어떻게 버텨야 할지가 문제에요. 경영진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아경10년후③]디지털 전략이 말로 되는 것인가, 행동과 투자 결단을 기자들은 디지털에 대한 두려움과 동시에 '무언가 해야하지 않는가'라는 의무감에 시달린다. 물론 아직 그들에게 디지털은 '낮추어 봐도' 되는 무언가이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 나도 편집국 소속이지만 편집국 내에서 인식의 벽이랄까 매우 차이가 납니다. 디지털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높이가 달라요. 온오프라인 통합 10년이 지났지만 더 고착화되는 것 같습니다. 디지털 직무에 대한 가치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어요. 언론사 간부들이 가지고 있는 초창기 디지털 인식을 깨야 합니다.


'미디어 환경이 3년, 5년 내 변할 수 있다',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기자들은 위기를 외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디지털과 관련된 요구를 하면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심리적 방어벽을 치는 게 현실입니다. 디지털 환경으로 돌리는 것이 경영진의 역할이어야 해요. 구성원들이 직접 ‘디지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는 사인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 여러 매체에서 뉴스구조화, CMS 개편 등을 공유하면 경영진들은 큰 투자를 해야 하는 것처럼 받아들이게 되죠. 현재 온라인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돈을 만들어낼 수 없는 구조인데 말입니다.


: 아시아경제가 특히 그렇죠. 대학생 상대로 일주일간 매체 이용 행태를 조사, 분석한 적이 있어요. 그 결과 아시아경제는 트래픽이 매우 높게 나왔어요. 그런데 조사한 기사들이 아시아경제 기사라는 걸 기억하는 사람은 0, 제로였습니다. 즉 브랜드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클릭수가 높다고 반드시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고정 독자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아시아경제는 온라인 경쟁력이 오프라인 경쟁력으로 전이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 출입처에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또 '선정성' 때문에 (학생들이 조사한 바로는 브랜드) 이미지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경제지, 전문지로 나아가는 데 장애가 되는 요소일 수 있죠.


: 아시아경제에는 군사전문기자, 과학기자 등 자기 브랜드를 갖고 있는 기자가 많은데요. 타 매체도 이런 기자들이 늘고 있어요. 독자 반응도 좋구요. 개인 브랜드가 매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 도움이 됩니다. 기자 하나하나가 상품이 되는 거죠. 이제 출입처 백업하며 거기서 나오는 정보를 제공하는 게 뉴스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슈 네트워크에서 발생되는 문제도 과거와 달리 퍼블릭으로 직행하구요. 이런 때일수록 팀보다는 개인이 더 눈에 띄는 상황입니다. 이런 기자들을 더 키워야 해요. 전문화되는 경향은 사회 모든 곳에서 나타나죠. 단순한 정형외과 의사가 아니라 손가락 전문, 어깨 전문 의사가 등장하는 것처럼요. 전문화된 기자가 포지셔닝을 잘 하는 게 필요합니다. 개별 기자를 전문화시키면 10년 후 기자들의 전문화된 모습들을 예측할 수도 있어요. 방송 뉴스는 특히 더욱 그런 추세로 가고 있죠.


: 기존 기사 생산 시스템을 보면 그 순간에서 가장 중요한 뉴스를 밥상에 차립니다. 기자 개인의 전문성이 없어도 상품을 만드는 구조였어요. 그런데 모바일 환경에선 깊이를 요구합니다. 문제는 기존 기자를 전문화시킬 것인가. 전문화된 사람을 데려올 것인가 하는 겁니다. 전자는 기존 시스템에서 가능해요. 후자의 경우에는 양띵이나 대도서관 같은 유능한 콘텐츠 생산자들이 과연 아시아경제에 들어올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게 만들어요. 혼자 하는 것보다는 회사에서 줄 수 있는 장점이 더 있어야 할 텐데 말이죠. 언론사가 인프라를 제공해주지 않으면 힘들어요.


: 비슷한 사례가 과거 기자들에게 시킨 블로그 운영이었어요. 그러나 실패했습니다. 기자들의 노동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죠.


[아경10년후③]디지털 전략이 말로 되는 것인가, 행동과 투자 결단을 수십년 전부터 미디어는 조금씩 모습을 바꿔왔다. 미디어의 10년후의 미래는 '코어 콘텐츠'와 '플랫폼과의 협업'이 좌우할 것이다.(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차원에서 ‘2026년 아시아경제가 이런 신문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걸 간략하게 말씀해주면 좋겠습니다.


: 10년은 너무 멀어요. 정부도 이런 예측은 안합니다. 아무도 안 믿기 때문이죠. 솔직하게 말하면 이 제호가 남아 있다면 성공적이라고 봅니다. 살아있는 게 목표에요. 더 나아가면 사회적 수요가 있는 매체로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코어콘텐츠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미래학자 로스 도슨은 2026년 한국에서 종이신문이 없어진다고 예측한 바 있죠.


: 도슨 말대로라면 내년에 미국에서 종이신문이 사라져야 합니다. 그의 예측이 빠른 감이 있지만 트렌드는 맞죠. 윤전기를 돌리고 신문을 배달하는 건 돈이 안 되요. DVD 배달사업이 망하고 주문형 비디오(VOD)가 살아남은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한국만의 독특한 비시장적 요소가 존재하지만 해마다 빠르게 신문 부수가 줄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 기자들도 ‘신문이 몇년내 사라질 것이다’라고 쉽게 예측하지는 못하는 상황입니다.


: 검색 사이트를 보면 블로그 마케팅이 일반 신문 광고를 넘어서는 수준이에요. 광고시장의 파이가 조금씩 줄고 있다는 거죠.


: 경제신문으로서의 가치, 철학만으로 10년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IoT(사물인터넷) 환경 등에서는 보다 독차 친화적이고 독자와 함께 미디어를 만들어가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거에요. 무엇보다 끊임 없이 도전적인 실험을 해야 합니다.


: 10년 전 1인 미디어 시대 관련 책을 쓴 적 있어요. 전 당시 ‘기자 블로그가 뉴스채널화되고 신문은 그 블로그를 통합하는 유통사가 될 것이다’고 예측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요. 전문브랜드를 갖춘 콘텐츠를 생산하는 신문사가 필요합니다. 청와대 출입은 개인이 나서선 못하는 일이죠. 기자 개인을 보장해주는 뼈대 조직은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그 조직과 기자들이 결합을 해서 움직일 겁니다. 오히려 우리가 10년 경험을 통해 생존하는 법을 배워온 만큼, 전체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내면 정말 재밌는 매체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거나 해도 다 플러스가 되는 상황이 되면 정말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죠. 콘텐츠의 승부입니다. 어떻게 만들어내고 집결시키느냐가 중요한 때에요.


: 이번 좌담회가 현업에 종사중인 여러 관계자들도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됐을 것으로 봅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정리 = 권성회 수습기자 stre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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