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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칼럼]5만원권을 폐지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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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칼럼]5만원권을 폐지해야 하는 이유 박명훈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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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의 반격'이라는 감탄이 나올만했다. 지난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두고 하는 말이다. 금통위가 열리기 직전까지 대부분 '동결'에 걸었던 시장의 예측이 일격을 당한 꼴이다. 과거 '금리를 내려라'는 요구가 빗발칠 때에도 좌고우면 머뭇거리던 금통위, 그리고 금통위 좌장인 이주열 한은 총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1년 만의 인하로 기준금리는 1.25%까지 내려앉았다. 사실상 제로금리다. 이제 더 내려갈 곳도 없다. 하지만 시장이 놀라워하는 것은 '초유의 초저금리'보다 이를 만장일치로 결정한 금통위의 행보다.

짚이는 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언제 생각했느냐"는 질문에 "지난 주말"이라고 답했다. 미국이 "신규 일자리 증가폭이 5년 만에 최소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날이다. 즉각 미국의 6월 금리 인상론에 제동이 걸렸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의 외적 부담을 털어내는 순간이었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금리를 내려야 할 이유가 다섯 손가락도 모자랄 정도다. 성장률은 0%대의 행진을 이어가고 설비투자는 급감한다. 국내외 경제예측기관은 새 전망치를 내놓을 때마다 한국 경제성장률을 끌어 내린다. 여기에 조선과 해운업 구조조정이라는 고통의 행군이 시작됐다. 기준금리를 동결하면 이상하게 여겨질 긴박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시장은 깜짝 금리인하에 얼떨떨한 기색이다. 이 총재의 승부수에 놀란다. 돌아보면 한은이 구조조정에 10조원을 지원키로 결정할 때 변화의 조짐은 감지됐다. 하반기에 경기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자, 그 책임을 한은이 뒤집어쓰는 것 아니냐는 방어심리가 작용했음직하다. "물가 2%를 목표로 통화신용정책을 펴겠다"는 이 총재의 다짐도 지켜지기 어려워졌으니 더욱 그럴 것이다.


'이주열 한은'의 적극적 행보는 동기가 어떠하든 환영할 일이다. 금융위기 이후 지구촌에서 중앙은행 새로운 역할론이 득세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지의 중앙은행들이 경제회생의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하지만 우리는 달랐다. 한국적 특수성이 없지 않지만, 전래의 보수성과 뒷북치기는 여전했다.


전격 금리인하가 상징하는 이주열의 반격이 일과성인지, 아니면 중앙은행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인지는 불분명하다. 후자의 경우라면, 기왕 나선 김에 한은이 또 다른 이슈 하나를 선제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어떨까. 바로 5만원짜리 고액권 폐지다.


뜬금없는 주장이 아니다. 고액권 폐지는 목하 국제적인 뜨거운 이슈다. 부패의 온상이며 금융정책을 무력화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고액권의 필요성이 없어졌다. 100달러를 없애라"는 글을 워싱턴포스트 블로그에 올렸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G20(주요 20개국)이 고액권 폐지를 추진토록 요청했다. 오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고액권 폐지 문제를 공식 논의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한국에 왔던 케네스 하버드대 교수는 한술 더 떠 "중앙은행의 효과적인 통화정책(저금리정책)을 위해 현금을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5만원권의 60%는 나오자마자 자취를 감춘다. 그런 돈이 어느 날 마늘밭과 사과상자와 신발장에서 발견된다. 금리가 낮아질수록 고액권을 장롱 속에 묻어두려는 현상은 깊어진다. 잠자는 돈을 시장으로 불러내고,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흔들어 깨워 경기를 살리자는 것이 기준금리를 내린 목적이다. 하지만 이번 금리인하가 경제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가능성은 옅어 보인다. 고군분투하는 초저금리에 5만원권 폐지는 전세를 역전시킬 원군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성인은 지갑에 평균 7만4000원을 넣고 다닌다는 통계(2015년 한은조사)가 있다. 5만원권이 없다 해서 크게 불편할 것도 없겠다. '검은 돈'은 충격을 받겠지만. 그래도 섭섭하다면 2만원권을 만들면 된다. 달라진 이주열 총재에게 묻는다. 5만원권 폐지에 선제적으로, 한 번 더 총대를 멜 뜻은 없으신지.






박명훈 주필 pmho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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