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윤병세 외교장관은 박근혜대통령의 아프리카ㆍ프랑스 순방을 수행한 뒤 함께 귀국하지 않고 바로 쿠바로 날아갔다. 북한의 형제국인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를 향한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첫 물꼬'를 튼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7일 정부관계자는 "양자 문제와 글로벌 협력, 인사(교류) 문제를 포함한 상호 관심사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면서 "허심탄회한 분위기에서 우리 측이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했고 쿠바 측도 진지하게 소통했다"고 전했다.
윤 장관도 한ㆍ쿠바 외교장관 회담을 마치고 뒤 "앞으로 이러한 접촉을 계속하고, 또 다양한 레벨에서의 접촉을 갖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옛날에는 조그만 길이었다면 이제는 그보다 훨씬 더 큰 길들이 여러 갈래로 나오고 있다"며 "이번 방문이 비교적 제대로 된 길이 되는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반발을 염두에 둔 쿠바 측에서 대북제재에 참여하는 등 외교적 속도전에 동참하지는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쿠바는 시리아, 마케도니아, 코소보와 더불어 북한과 단독 수교를 맺고 있는 4개국 중 하나로 북한과 '형제국'의 우호 관계를 유지해 왔다. 현재 대북 제재로 인해 극도의 고립 국면을 겪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 한국과 쿠바 간 관계 정상화는 그야말로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쿠바는 북한을 의식했는지 관계 정상화에 대한 쿠바 측의 구체적 언급은 전해지지 않았다. 윤 장관도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언급을 피했다. 북한과 '형제국'인 쿠바의 입장과 북한의 반발, 방해공작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쿠바는 1949년 대한민국을 승인했지만 1959년 쿠바의 사회주의 혁명 이후 양국 간 교류는 단절됐으며, 이에 따라 우리와 공식 수교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 ACS(카리브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현지시간으로 4~5일 쿠바를 방문했던 윤 장관은 우리 시간으로 7일 오후 귀국할 예정이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