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 그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이 격차는 소득의 격차라는 근로자의 양극화로 이어졌다. 소득의 격차는 소비의 격차를 불러왔다.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졌다. 어디서 일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졌다. 당연히 청년들은 중소기업 취업을 꺼린다. 나무랄 수 없다. 당연한 바람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오늘은 대립의 연속이다.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침체는 이러한 대립을 부추겼다. 정치인들의 부추김은 더 거셌다.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로 대립의 골은 깊어졌다. 게다가 20대 국회는 여소야대로 출발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거침 신음을 토해낸다.
이익공유제가 다시 거론된다. 대기업이 납품 중소기업을 압박해 얻은 이익은 중소기업과 공유하라는 제도다. 이명박 정부에서 동반성장이라는 이름으로 거론됐던 얘기다. 여러 이유로 사라졌다. 여소야대 분위기 속에 다시 등장했다.
2014년을 기준으로 한국에 354만5473개 사업체가 있다. 그 중에 대기업은 3123개다. 0.89%에 불과하다. 바꿔 말하면, 반올림을 해도 99.1%가 중소기업이다. 그렇다고 한국의 중소기업 비중이 유달리 높은 것은 아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선진국도 99%가량이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 중 제조업에 종사하는 중소기업은 39만2665개이다. 이 중에 종사자가 5인 이상인 제조 중소기업은 12만6187개이다. 나머지, 나머지 규모가 작은 26만6478개 제조 중소기업을 소공인이라 부른다. 소공인에 대한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공식 통계는 없다. 실체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가통계를 통해 이들 12만여개 제조 중소기업이라도 들여다보자. 제조 중소기업 중 납품하는 수급기업 비중은 46.2%이다. 이들 제조 중소기업은 제품을 만들어 다른 기업에 납품한다는 말이다. 제조 중소기업을 평균 12.8개 기업에 납품한다. 이러한 납품 총액이 242조6792억원이다.
납품을 받는 기업을 모기업이라 칭한다. 국가통계가 존재하는 12만6187개 제조 중소기업의 모기업을 기업규모별로 나눠보면, 대기업이 14.7%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인 경우는 27.4%이다. 나머지 57.9%는 중소기업 간에 납품 거래를 한다는 의미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대기업에 납품하는 금액은 112조원으로 전체 납품 총액의 46%이다. 참고로 2016년 국가 예산은 386조7000억원이며, 보건ㆍ복지ㆍ고용 분야 예산이 123조원이다.
정확히 말해, 지금 논의되는 이익공유제는 대기업과 납품하는 5만3124개만을 위한 이익공유제이다. 이익공유제를 위해 대기업은 기업의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 그중에서 납품 거래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어디서 이익을 발생했으며, 이를 납품 중소기업과 공유해야 한다는 말이다.
과연 이게 가능할까? 이제 적어도 112조원에 이르는 대기업 거래 명세서를 다 봐야 한다는 의미이다. 원가 명세서까지 봐야 하니 그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한마디로 이익공유제는 실현 불가능하다. 대기업의 이익을 내놓으라는 '윽박지르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를 법제화라도 한다면, 중소기업 간 거래는 어찌할 것인가? 통계가 존재하는 중소기업 간 거래도 131조원에 달한다. 통계가 존재하지 않는 26만여개 소공인의 경우 중소기업 간 납품 거래가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도 거래 및 원가 명세서를 공개해야 한다. 명세서 거래보다 상거래가 더 익숙하다. 그렇다고 중소기업 간 거래에 이익공유제를 도입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게 더 크기 때문이다. 이익공유제를 현장에서 체감하게 하려면, 소공인도 참여하는 제도가 돼야 한다. 통상적인 상거래도 법제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결국, 이익공유제는 '윽박지르기'용이라면 모를까 좀 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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