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넘게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으며 4조원대의 천문학적 자금지원을 받았던 STX조선해양이 최근 법정관리 수순에 들어가는 것으로 결론났다. 앞으로 STX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법원이 잔존가치와 청산가치를 평가하여 청산가치가 더 클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결국 퇴출이나 매각수순을 밟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STX에 대한 여신이 많은 금융기관에 충당금 비상이 걸렸다. STX조선에 대한 채권단 여신규모는 총 5조3000억원 수준으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3조원이 물려있고, 그 뒤를 이어 수출입은행 1조3500억원, 농협은행 7700억원 정도라고 한다. 민간은행들은 이미 손실을 기정사실화해 손을 뗀 상태다. 대부분의 손해가 국책은행과 특수은행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채권단 여신규모가 STX의 세 배가 넘는 대우조선해양까지 부실이 현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수출입은행은 STX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을 합쳐서 3조원 이상의 충당금을 쌓아야한다. 농협은행의 경우도 STX의 법정관리로 650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하고 대우조선해양의 여신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하면 최소 2800억 원이 추가된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는 민간은행들도 적지 않게 돈이 물려있다. 또한 조선, 해운, 건설 등 부실이 우려되는 대기업 여신에 대해 보수적 건전성 분류인 FLC(Forward Looking Criteria)를 적용하면 금융권 전체가 대규모 추가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현재 바젤 III 은행위원회가 권유하는 대형은행의 BIS자기자본 비율은 최소 14%로, 은행들마다 이걸 보충하기 위해 코코본드( contingent convertible bond: 문제발생 시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상각되는 조건이 부가된 채권)를 발행하는 등 안간힘을 쓰는 상황이다. 자기자본 확충에 비상이 걸렸는데 추가로 대규모 충당금적립이 필요해지면 부실징후를 보이는 특정 산업 부문에 갑작스러운 금융경색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모든 은행들이 동시다발로 여신을 회수하거나 여신규모를 줄이면 나름대로 구조조정을 추진해 나가던 다른 기업들까지 유동성 위기에 휘말리는 것이다.
또한 금융권 금융경색이 발생하면 1997년 외환위기 때 그랬던 것처럼 해당부문 중소기업이나 수출기업 등 약한 기업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게 된다. 실물부문에서 비롯된 대형부실이 금융권에 대형악재로 작용하여 금융 여신이 경색되면서 다시 실물경제에 충격을 주는 동반 악순환이 우려되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내리거나 돈을 푸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금융권 여신이 보수화되어 다른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수출기업, 가계 등에 피해를 입히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부실징후 대기업들에 대해 책임 있는 구조조정이 추진되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확하게 STX가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갔다가 엄청난 돈만 쏟아 붓고 결국 법정관리로 접어드는 과정을 반성하고 반면교사로 삼으면 된다. 우선 부실 징후 대기업의 회생가능성 여부를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철저하게 경제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해야 한다. 또 부실로 판정된 대기업의 부실채권을 은행들로부터 정부가 인수하여 책임지고 워크아웃에 들어가야 한다. 부실기업을 부문별로 '회생과 청산(bad company-good company)'으로 나누어 속도감 있게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특정 산업부문의 구조조정과 실업대책에 필요한 공적자금을 국회동의를 얻어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 불확실성이 사라져 살 수 있는 기업이라도 제대로 살아난다. STX의 경우처럼 회생의 판단에 정치가 개입하거나,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채권단 자율'이라는 이름 뒤에 숨거나, 부실기업 하나를 정리하는 데 3년이나 되는 긴 시간을 끄는 리더십 부재의 상태에서는 산적해 있는 거대 부실기업 문제를 정리할 수 없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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