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세무행정상 종합소득세 신고의 달이다. 자영사업자와 근로소득자가 해당된다. 자영사업자 중 '성실신고 확인대상 사업자(제조업의 경우 연간 매출액 15억원, 도ㆍ소매업은 30억원 이상)'는 세무사 등이 발행한 성실신고 확인서를 첨부하여 6월 말까지 신고하면 된다.
소득세는 세수입이 2015년 기준 61조원으로 국세총액(218조원)의 28%를 차지하는 큰 세목이다. 법인세(45조원)나 부가가치세(54조원)보다 훨씬 많다. 이를 세분해서 살펴보면 근로소득자의 납세액은 2010년 15조원에서 2014년 26조원으로 증가율이 73.3%에 이른다. 반면 법인세는 37조원에서 42조원으로 증가율이 13.5%에 머물렀다. 이처럼 증가율의 차이가 크니 근로소득자의 불만이 쌓이는 것이다.
소득세가 세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영국은 1799년 프랑스 나폴레옹과 전쟁을 치르면서 당시 주된 세원인 관세와 소비세만으로 전비를 마련하기 어려워지자 소득세를 도입했다. 그러나 1802년 전쟁이 끝난 뒤 바로 폐지했다. 그 주된 이유는 사생활 침해 때문이었다. 납세자는 자신의 소득정보를 국가에 신고하여야 했고, 국가는 제대로 신고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사생활을 일일이 조사할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 영국에서는 소득세를 치욕적이고 야만적 세제라고 지적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국가권력이 개인의 안방까지 뒤지는 것은 매우 불쾌한 짓이다.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1861년 남북전쟁이 발발하자 전비 마련을 위해 북군에서 소득세를 원천징수 방법으로 부과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1871년에 폐지했다. 그로부터 한참이나 지난 뒤인 1894년에 가서야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사람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소비)'보다는 '무엇을 소유하는가(소득)'로 이동되었다. 이 무렵 미국 민주당이 소비세를 줄이고 소득세를 공평의 이념을 기초로 걷자고 해서 되살아난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공평의 개념을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고 정의하면서 동일한 소득에는 원칙적으로 동일하게 과세하되, 소득이 다른 사람들 간의 공평한 조세부담의 배분을 요청하고 있다. 이른바 부자는 가난한 자들보다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어느 정도 차이가 있어야만 공평한가에 대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논란의 대상인 부자 증세, 법인세 인상 등의 문제도 여기서 출발한다고 본다.
우리나라 과세여건 상 소득세제의 성패는 납세자의 성실하고 자발적인 신고 여부에 달려 있다. 선진국에 비해 납세의식이 그리 높지 않고 세무신고와 관련된 사회시스템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세관청은 납세자의 성실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신고 당부 안내문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막상 신고를 하려고 들면 그 절차나 수단이 매우 복잡하고 까다로워 포기하거나 몇 가지 사항을 누락할 수 있다. 특히 근로소득 외에 다른 소득이 있는 근로소득자(예를 들어 언론사 기자가 대학에서 특강을 한 경우 세금을 공제하고 강의료를 받는다)의 경우에도 강의료를 신고해야 하는지, 신고한다면 근로소득 외의 어떤 소득으로 신고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세법상 근로소득과 기타소득 및 사업소득의 구분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제때 신고하지 않았다 해서 뒤늦게 벌칙성 세금을 추징당하는 납세자가 적지 않은 이유다.
과세관청은 홈택스를 이용하면 쉽게 신고할 수 있다고 하지만, 막상 들어가 보면 화면 구성이 복잡하고 내용도 세무공무원들이나 알 수 있는 용어 일색이다. 세금 상식이 부족한 납세자로선 몇 시간을 헤매다가 포기할지도 모른다. 해당 납세자에게 '지난 1년 동안 수입금액과 이미 납부한 세액이 얼마'이며, '소득금액을 산출하기 위해서 장부가 있어야 되고 장부가 없다면 정부 방식에 따른 소득금액은 이거다'라고 일목요연하게 알려 줄 수는 없는가.
민주국가에서 납세자는 진정한 주인으로 대접받는 '갑'이어야 하는데 현실은 딴 판이다. 납세자가 쉽고 편하게 소득세 신고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쳐야 한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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