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한때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했던 미국의 생산성이 올해 30여년만에 처음으로 하락할 전망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컨퍼런스보드는 미국의 생산성을 나타내는 근로시간당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0.2%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82년 이후 34년만에 미국의 생산성 하락을 예고한 것이다. 이는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미국보다 경제상황이 나쁜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부진한 수치다. 컨퍼런스보드는 올해 EU와 일본의 생산성이 각각 0.3%, 0.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경제의 생산성은 꾸준히 하락해오고 있었다. 지난 1999~2006년 연간 2.4% 성장했던 미국의 생산성은 2014년에는 0.5%, 지난해에는 0.3%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는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 결국 미국 경제성장 동력을 저해하게 될 전망이다. 바트 반 아크 콘퍼런스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우리는 성장성 위기에 빠져들기 시작했다"며 "기업들이 진지하게 혁신에 투자해 생산성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등 산업 혁신의 중심지가 위치한 미국에서 생산성 문제가 나타났다는 것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컨퍼런스보드는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경제의 과실을 국내총생산(GDP) 측면에서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무료 온라인 미디어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등이 GDP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숫자로 나타내가 어렵다는 것이다.
생산성 위기는 단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요 국가들에게 고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불평등이, EU와 영국의 경우 단일통화인 유로화가 생산성 위기의 원인으로 각각 작용했다. 수년간 고속성장을 거듭해왔던 중국 역시 생산성 상승률이 2007~2013년 7%에 달했지만 올해는 3.3%에 그칠 전망이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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