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STX조선해양 채권단은 25일 회의를 열고 법정관리 여부와 시기를 논의했다. 일부 채권단은 "올해까지는 버티겠다는 계획과 달리 법정관리 결정이 너무 빠르다"며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지만,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의 의지가 강해 채권단은 STX조선에 대한 법정관리를 결정 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빠르면 내달 초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채권단의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이면 채무 탕감 등을 통한 회생 절차를 밟게 되고,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청산된다.
채권단 법정관리 신청의 관건은 선박 공정률에 따라 발주자에게 배상해야 하는 선수금환급보증(RG)이다. 현재 채권단이 발행한 RG는 1조2000억원에 달한다. 그대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채권단은 지분에 따라 RG배상 책임을 안게 된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대규모 RG 배상을 고려해 법정관리 시기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RG는 발주처로부터 선수금을 받은 조선사가 배를 인도하기 전 망할 경우에 대비해 금융기관이 지급보증을 서는 것이다.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절차가 시작되면 사실상 채무불이행 상태로 간주해 발주처는 선수금환급을 요구한다.
이에 채권단은 인도가 임박한 5척 가량 선박에 대해서는 발주자와 협의해 RG콜을 하지 않게하는 등 손실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법정관리를 빠르게 들어가더라도 손실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인도가 임박한 선박에 대해서는 RG콜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STX조선은 신규수주 현황을 비롯한 대외여건 등을 감안해 경영정상화에 나서거나 회생절차(법정관리)로 전환하는 등 채권단 손실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STX조선은 법정관리행으로 급선회했다. 4000억원의 추가 자금이 투입됐지만 이달 중순 채권단 자금한도가 600억원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도 법정관리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채권단 관계자는 "STX조선에서 생존 가능성을 입증했다면 살아 날 수 있었겠지만 자금 투입 후 수주가 '0'(제로)이다"며 "업황 자체가 당분간 나쁘다는 것을 고려하면 법정관리행은 이미 정해져 있던 일이다. 좀더 채권단 자금을 소진해 배를 인도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시기의 문제 일 뿐"이라고 말했다.
STX조선은 지난 2013년 이후 3년간 자율협약을 진행했지만 상황이 호전되지 않았다. 채권단에서 4조5000억원대의 지원을 했는데도 여전히 자본 잠식 상태조차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채권단에 남아있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은 상당한 손실을 떠안게 된다. STX조선이 채권단에 진 빚은 작년 말 기준으로 5조9000억원에 달한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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