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소비자물가지표가 일상생활에서 체감하는 물가와 큰 괴리를 보이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5일 국회예산정책처 '소비자물가지수와 체감물가의 괴리원인 및 보완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1월부터 올 3월까지 소비자물가의 전년동월대비 상승률은 평균 1.1%에 그쳤다.
반면 소비자가 느끼는 물가상승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매달 설문조사하는 '물가인식'은 이보다 1.6%포인트 높은 평균 2.7%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체감물가가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난다"며 "이는 체감 중시 정책운용을 표방하는 정부의 정책신뢰도를 높이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체감물가는 기본적으로 심리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이 같은 괴리가 발생한다. 개인의 물가에 대한 인식은 각자의 체험과 정보를 토대로 하므로 심리적인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반면 소비자물가지수는 매월 전국 점포에서 거래된 실제 가격을 측정해 취합하는 일정한 방식으로 산출되는 만큼 개인이 느끼는 정도와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개별 소비자들이 가격 하락보다는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고, 저소득층일수록 물가상승으로 겪는 어려움이 큰 만큼 체감물가를 상대적으로 더 높게 느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소비자물가를 산출할 때 기준이 되는 품목들이 실제로 얼마나 대표성을 띄는지도 문제로 지적된다.
저소득층은 음식이나 생필품 같은 상품에 돈을 많이 쓸 수밖에 없지만, 고소득층은 사치재의 지출비중이 높은 만큼 양측이 체감하는 물가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예정처가 2011년 소득계층별로 물가지수를 따로 만들어 적용해보니 1990년부터 2011년까지 약 20년간 가장 저소득층인 소득1분위 가구가 느끼는 소비자물가가 고소득층인 10분위와 비교해 6.7%포인트 더 상승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보고서는 "물가지수와 체감도 간의 괴리를 줄이려면 소비패턴이 서로 다른 집단별로 물가지수를 나눠 작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1인 가구나 노인가구, 저소득층 가구 등 소비특성을 공유하는 이들을 묶어 개별물가지수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최근 주택 전세가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고, 보건복지 분야에서 새로운 서비스가 늘어나는 등 변화 추이를 물가지수 산출에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통계청은 소비자 본인이 주로 많이 사용하는 물품에 한정해 직접 물가지수를 계산해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오는 6월 발표하기로 하는 등 공식물가와 체감물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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