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국내에서 판매된 20종의 경유차를 조사해 오늘 한국닛산의 캐시카이가 배출가스를 불법조작하고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을 기준치의 20.8배를 배출한 것으로 판단,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환경부의 이 같은 조치는 경유차 활성화에서 규제강화 쪽으로 정책방향을 튼 것으로 공기 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공기의 질은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국민건강과 직결된 대기질 향상을 위해 경유차의 오염물질 배출 규제 강화는 물론 석탄발전 계획 개선 등 다각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캐시카이는 실내ㆍ실외 실험에서 모두 배출 가스 재순환장치가 작동 중단됐다. 이 장치는 배출가스 일부를 연소실로 재유입시켜 연소 온도를 낮춤으로써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는 장치다. 이 장치의 작동이 중단되면서 실외시험에서 질소산화물은 실내 기준치의 20.8배나 배출됐다. 르노삼성의 Q3도 기준치의 17배를 배출했다. 환경부는 한국닛산에는 이달 중 과징금 부과처분을 내리고 르노삼성에는 연말까지 개선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번 조사와 정부 결정은 경유차 규제 강화의 신호탄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경유차가 내뿜는 질소산화물은 화학반응을 일으켜 미세먼지로 바뀌는 대표적인 대기 오염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석면처럼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침묵의 살인마'라며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나라는 '친환경'을 앞세운 경유차를 거의 규제하지 않았다. 경유차는 최근 몇 년 새 높은 연비와 휘발유(872원)보다 훨씬 낮은 리터당 634원의 세금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팔렸다.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공동연구진이 발표한 '환경성과지수(EPI2016)'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공기질 부문에서 100점 만점에 45.51점을 받아 세계 180개국 중 최하위권인 173위를 기록했다. 초미세먼지노출정도는 174위, '이산화질소에 노출되는 정도'는 꼴찌였다. 경유차가 내뿜은 유해물질이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이다.
공기의 질은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범국가적 노력과 대응이 필요하다. 미세먼지를 놓고 바다 건너 중국 탓만 할 때가 아니다. 유럽처럼 경유차 규제를 엄격히 하면서 적극적인 친환경 차량 확대정책을 써야 한다. 환경부는 효율성 낮은 경유차 배출가스 저감사업보다는 조기 폐차지원에 더 중점을 둬 디젤차가 환경친화 자동차로 분류되는 모순을 바로잡아야 한다. 휘발유보다 훨씬 낮은 경유 세금이나, 경유택시를 매년 1만대 보급하려는 정부의 경유차 활성화 정책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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