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스마트폰 시장의 '봄날'이 지나가고 있는 걸까. 애플 아이폰 제조에 연관된 아시아 부품회사들이 줄줄이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했다. 중저가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혁신의 중심에서 밀려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 아이폰 협력사인 페가트론·미네비아·재팬디스플레이 등이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했다며, 이는 향후 스마트폰 시장이 악화될 징조라고 11일 보도했다.
아이폰 조립업체인 대만 페가트론은 1분기 시장 전망에 미치지 못하는 수익을 올린 것은 물론, 지난달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고 밝혔다. 아이폰에 들어가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생산하는 일본 미네비아 역시 당초 전망 대비 실망스러운 1분기 매출과 수익을 기록했다. 재팬디스플레이도 3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블룸버그는 아시아 지역의 부품기업들은 공급망 체인의 앞부분에 위치해 있으며, 이들의 실적 부진은 곧 애플과 삼성전자, 샤오미에도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미리 예견하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특히 애플의 경우 13년만에 처음으로 1분기 매출감소를 기록하는 등 이미 부진 징후가 나타난 상태다.
블룸버그는 또 주요 업체들의 매출 감소 외에도 무제한적인 시장점유율 경쟁, 스마트폰 가격 하락 등을 스마트폰의 봄날이 가고 있다는 신호로 꼽았다. 리차드 고 KGI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며 "경쟁은 더욱 악화되고, 가격은 계속해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때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엔진으로 꼽혔던 중국도 급격히 변화했다. 이제 더 이상 스마트폰은 '귀한 몸'이 아니다. 많은 중국 내 브랜드들은 중저가 스마트폰을 선보이며 출혈경쟁 중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애플이나 삼성 등 고사양 스마트폰에 선뜻 지갑을 열지 않는다.
물론 모든 전문가들이 암울한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도 등 성장시장에서 희망을 본다. 9월로 예정된 애플의 새 아이폰 출시 반응을 본 후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마크 리 샌포드 C. 번스타인 증권 애널리스트는 "물론 스마트폰 시장의 감속 추세는 뚜렷하지만, 그 정도는 많은 이들이 두려워하는 것만큼 나쁜 수준까진 아니"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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