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검찰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계 구명로비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는 10일 정 대표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아지도록 수사 당국에 압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검사장 출신 H변호사의 자택과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H변호사는 정 대표가 2014년에서 지난해 상습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을 때 법률 대리를 맡았다.
정 대표는 지난해 10월 100억원대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도박자금 정산 등과 관련해 회사 자금을 유용한 의혹을 받았으나 이 내용은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았다.
수백억원대 원정도박 의혹 역시 검ㆍ경이 두 차례 무혐의 처분했고,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는 검찰이 이례적으로 구형량을 낮췄다.
검찰 안팎에선 H변호사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돼 왔다. 특수통 요직을 두루 거친 H변호사는 네이처리퍼블릭 법률고문을 맡기도 했다.
검찰이 지명수배 후 추적 중인 브로커 이모씨가 H변호사를 정 대표에게 소개했다고 한다.
검찰은 전날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를 전격 체포했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 대표의 항소심 변론을 맡아 거액의 수임료를 챙긴 사실이 알려져 정 대표 관련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됐다.
최 변호사는 정 대표의 보석 등을 성사시켜 주는 조건으로 약 50억원의 수임료를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속과 달리 보석은 이뤄지지 않았고, 최 변호사는 50억원 중 30억원을 정 대표에게 돌려줬다고 한다.
이들 사이에 오간 돈은 전관예우라는 관행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거액이라는 게 법조계 전반의 시각이다.
최 변호사의 역할이 단순한 법률 조력과 보석 시도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란 의심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 대표가 법원과 검찰, 변호사업계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 로비를 진행해 왔다는 의혹은 이런 의심의 한 갈래다.
이와 관련, 검찰은 최 변호사가 정 대표에 대한 구형량을 낮추기 위해 사법연수원 동기로 친분이 있는 서울중앙지검의 모 부장검사를 직접 접촉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변호사는 이밖에 1300억원대 투자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숨투자자문의 실소유주 송모씨 사건을 지난해 수임해 20억원대의 수임료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최 변호사는 변론 과정에서 선임계도 내지 않은 채 담당 부장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선처를 요구하는 이른바 불법 '전화변론'을 벌인 의혹도 샀다.
검찰은 최 변호사가 검찰 수사에 대비해 각종 컴퓨터 기록을 포맷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변호사가 이숨투자자문의 투자자 중 한 명으로 수익을 챙기는 등 유착이 있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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