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진종합대책 마련 중 부처간 이견...실질적 대책 위해 필요 vs 비용·재정 문제 고려해야 논란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정부가 최근 한반도의 지진활동 가능성에 대비해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건축물 내진 설계 의무화 대상 확대를 놓고 부처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안전처는 실질적 대책 마련을 위해 2층 이하 모든 신축 건물로 확대하자는 입장인 반면, 국토교통부ㆍ기획재정부 등은 건축주 비용 부담 증가ㆍ재정 상황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10일 안전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일본 규슈 구마모토 지진 이후 관계 부처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지진방재대책 개선추진단(TF)'을 구성해 지진피해 방지 종합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달 말까지 개선안을 마련해 확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각 부처들은 인근 국가ㆍ해역에서 지진 발생시 긴급 재난 문자 발송 등 다른 사안에 대해선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대책의 핵심인 신축 건물 내진 설계 의무화 대상 확대 여부를 놓고서는 부처간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2008년 3월 제정ㆍ지난해 개정된 지진재해대책법에 따라 500㎡ㆍ3층 이상 건물에 대해서만 내진 설계를 의무화한 상태다.
이에 대해 안전처는 2층 이하 모든 신축 건물에 대해 내진 설계를 의무화하자는 입장이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지진 발생시 단층 주택 건물 붕괴로 인한 사상자가 가장 많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실질적인 지진 대책을 마련하려면 모든 건물에 내진 설계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처 관계자는 "이미 건축된 건물의 내진 보강 공사는 돈이 많이 들어 인센티브를 줘도 건물주들이 꺼려한다"며 "최소한 앞으로 신축되는 건물들에 대해선 내진 설계를 의무화해야 지진 피해를 줄여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토부ㆍ기재부 등은 민간 부담 증가, 재정 문제 등을 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내진 설계ㆍ시공에 따른 비용이 늘어나면 건설 경기가 악화될 우려가 있고, 인센티브(세금 감면)를 줄 경우 재정 손실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역대 단 한 번도 건물이 붕괴될 정도의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적이 없어 내진 설계 자체가 아직도 건축주나 재정 입장에선 '쓸데없는 과도한 투자'라는 인식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김재관 서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내진 보강공사와 달리 신축 건물을 지을 때 내진 설계ㆍ시공을 하면 일부 자재가 조금 더 들어가는 것과 설계에 품이 드는 것 외에는 실질적인 비용의 증가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며 "정부 차원에서 저렴하면서도 내진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설계법과 자재 등을 개발ㆍ보급하면 지진 대비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건축물의 안전성이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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