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구도 형성…美·韓 방송통신 사업자 M&A 닮은 꼴
美 정부, 시설투자·OTT 과금 금지 등 강력한 조건 부과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우리나라의 방송통신위원회 격인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케이블방송 사업자인 차터(Charter)와 타임워너케이블(TWC) 인수합병(M&A)을 최종 승인했다. 미국과 성격이 유사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 심사를 진행중인 한국 정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 포춘 등 외신에 따르면 FCC는 지난 6일(현지시간) 차터커뮤니케이션스의 타임워너케이블 인수를 공식 승인했다. 차터는 타임워너케이블 인수로 24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 2720만명을 보유한 1위 업체 컴캐스트에 이어 강력한 2위 사업자로 올라서게 됐다.
이번 최종 승인은 지난 4월25일 톰 휠러 FCC 위원장이 두 업체의 조건부 인수 합병 승인 권고안을 4명의 다른 통신 위원들에게 회람시키면서 예고돼 왔었다. FCC의 최종 승인으로 연방 정부 차원의 모든 절차는 마무리됐다. 이번 M&A는 오는 12일로 예정된 캘리포니아주 공중 시설 위원회(California Public Utilities Commission)의 투표 절차만 남겨 놓고 있다.
차터의 타임워너케이블의 M&A는 한국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째 심사숙고를 거듭하고 있다.
1차 관문인 공정위 심사가 늦어지면서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심사 절차도 계속 늦춰지고 있다. 미국의 사례는 한국 정부에도 어느 정도 참고가 될 전망이다. 공정위의 심사결과보고서는 이번달중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차터는 미국 3위의 케이블방송사업자로 2위 타임워너케이블을 인수하면서 강력한 2위 자리를 올라서게 됐다. 그동안 미국 시민 단체에서는 유료방송 및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의 경쟁 사업자 수 축소,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에 대한 경쟁 배제 등의 우려를 제기하면 이번 인수합병에 반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CC는 합병에 의한 소비자 혜택이 더 크다며 이번 인수합병을 최종 승인했다.
한국의 경우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가입자를 더해 746만명의 가입자를 확보, 유료방송 1위 사업자인 KT(843만명)를 견제하게 된다. 유료방송 시장에 양강 구도를 형성하게 된다는 점에서 미국과 유사하다.
FCC가 차터와 타임워너케이블 M&A를 최종 승인하면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측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한국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미 FCC가 이종 산업간 인수합병보다 더 경쟁 제한성이 큰 동종산업간 M&A를 승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장은 미국 FCC를 방문, 미국 방송통신 사업자의 M&A 사례를 참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번 M&A에 대한 우려를 의식, 강력한 조건도 함께 부과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FCC는 차터가 5년안에 200만명 이상의 초고속인터넷 커버리지를 확대하도록 의무화했다. 경쟁사업자 지역에도 100만명까지 커버리지를 확대하도록 했다. 미국의 케이블 방송사업자들은 대개 경쟁 사업자의 지역에는 시설투자를 하지 않는다. 이는 채무가 많은 타임워너케이블을 M&A한 이후 차터가 투자에 소홀할 것이라는 시민단체들의 우려에 따른 것이다.
FCC는 또한 7년간 초고속인터넷에 대한 종량제 요금제를 금지했으며 넷플릭스나 아마존 등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회사들에게 과금을 금지했다. 또 경쟁 OTT 사업자들의 번들 서비스를 차단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는 케이블 사업자의 시장 집중으로 인해 온라인 비디오 사업자들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FCC는 합병 회사가 고객들에게 데이터 상한선을 부과하지 않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FCC는 보다 구체적인 인수 조건을 수일내에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톰 러틀리지 차터 최고경영자(CEO)는 FCC의 승인 이후 "이번 인수를 통한 혜택은 분명하다"며 "더 많은 경쟁, 좀더 많은 소비자들과 브로드밴드 정책들, 더 저렴한 가격에 더 확대된 브로드밴드, 그리고 고용 창출"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5월 차터는 채무를 포함해 타임워너 케이블을 567억 달러(약 65조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인수에는 브라이트하우스를 104억 달러(약 12조원)에 인수하는 것도 포함됐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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