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이란방문이 큰 화두이다. 한국경제의 희망적 요소를 찾아보기 힘든 터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역사적으로도, 한국과 이란의 첫 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62년 한국과 이란이 수교를 맺은 이래로 상호 우호적 관계를 구축해 왔으나, 정상회담은 처음이다. 특히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이란 제재가 해제된 지 107일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주요국과 비교해 보아도 상당히 빠르게 대응한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까지 이란을 방문한 정상은 중국, 스위스, 그리스, 카자흐스탄 등 5∼6개 국가에 그친다.
한국경제의 성장배경에도 이란의 역할은 무시될 수 없었다. 1973년 오일쇼크 때 한국에 석유를 공급해준 유일한 중동국가가 이란이다. 이런 뜻에서 1977년 한국의 수도 서울과 이란의 수도 테헤란은 길명 교환 합의서를 체결했고, 아직까지 서울에 있는 유일한 외국의 수도 이름을 딴 도로가 테헤란로다.
2016년 한국경제에도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크게 세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 신시장 개척의 의미가 있다. 양국 간의 경제협력이 강화되고 한국 기업의 중동 진출이 확대될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특히, 한국과의 산업구조가 비슷하고 수출경합도가 높은 일본의 아베 총리보다도 앞서 이란을 방문하게 되어 시장 선점의 차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박 대통령의 방문에는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했고, 이란의 철도, 댐, 석유화학플랜트, 병원 등 대규모 기반시설 공사에 관한 양해각서와 가계약 등을 체결했다.
둘째, 에너지 안보의 의미가 있다. 이란은 말 그대로 자원부국이다. 자원빈국인 한국의 입장에서는 자원부국과 우호적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은 자원의 안정적 수급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가 있다. 이란은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 국가 이자, 원유 매장량 4위 국가 이다. 이란 핵제재가 있기 전으로 돌아가 한국과 이란의 교역구조를 살펴보면 양국의 경제적 협업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한국과 이란은 2011년 연간 170억 달러가 넘는 교역규모를 달성했고, 그 규모는 추세적으로 증가해 왔다. 한국의 주요 수출품은 텔레비전, 냉장고 등 가전제품이나 합성수지, 철강 등 중화학공업제품이 주를 이뤘다. 한편, 이란의 주요 수출품은 원유, 천연가스, 아연제품, 기타금속광물 등 자원이 주를 이뤘다. 정전이 난 가정집을 떠올려 보면, 자원 없는 나라의 모습을 쉽게 그려볼 수 있다. 이란과의 우호적 관계를 바탕으로 에너지 및 자원을 더욱 안정적으로 확보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셋째, 북한에 대한 메시지도 있다. 이란은 핵문제를 해결하고 국제사회에 나와 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란은 북한과 오랜 신뢰관계를 구축해 왔으나, 북핵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북한의 위기감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한ㆍ이란 정상회담은 북한이 변화를 촉구해야 함을 설득하는 메시지가 된다는 의미가 있다.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의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도록 기업의 노력과 정책적 지원이 적극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첫째, 건설 등의 주요 전통산업에서 머물지 않고, 다른 산업으로 전가 되어야 한다. 이란에서는 드라마 대장금 시청률이 90%에 달했을 만큼 한류 문화콘텐츠 수출에도 기대가 크다. 대형병원 건설에 이어 의료기기 수출로 이어지고, 한국의 의료 인력의 진출도 확대되어야 한다. 자동차, 가전제품, 화장품, 의류 등을 포함한 소비재 수출로도 연결되어야 한다. 둘째, 이란에서 머물지 않고 주변국으로도 확대해야 한다. 문화적 동질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주변국과도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고, 끊임없이 신시장 개척 기회를 찾아야 한다. 셋째,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 이란은 한국에게도 기회지만 주변의 어느 나라에게나 기회다. 즉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진출하는 시장이다. 따라서 새로운 사업영역에 발 빠르게 진입하고, 경쟁시장에서 차별화 할 수 있는 제품화 및 마케팅 접근이 필요하다.
김광석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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