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는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고 돈을 버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조직이다. 물론 제대로 이익을 못내는 기업은 중도에 파산을 하거나 인수되는 등 정리가 되지만 제대로 이익을 내며 계속기업으로 자리매김을 한 기업은 나름의 노하우와 전략을 갖춘 곳으로, 정글과 같이 험난한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이다.
따라서 이들이 돈을 잘 벌면서 이윤을 내고 있을 때는 이를 배당으로 주는 것보다 그 돈을 사내에 유보하여 계속 투자를 하고 사업을 확장하여 지속적인 이익을 내면서 주식가격상승을 통해 우월한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 경우 주주는 배당을 받는 이익보다, 주가 상승으로 인한 이득이 더 크다.
그런데 문제는 기업이 돈 버는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일 것이다. 초기에 승승장구하며 이익을 내던 기업이 크기가 커지고 조직이 확장되면서 굼뜬 기업이 되어 가고 제품은 성장기를 넘어 성숙기로 접어들 경우 이윤은 과거처럼 화끈하게 나지 않는다.
성장이 정체되면 주가도 정체를 보이고 적당한 수준의 이윤만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으로 서서히 변하는 경우 주주의 심경은 복잡해진다. 사내유보를 해봤자 이 돈으로 기업이 화끈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주가흐름도 지지부진해진다. 그렇다고 배당을 받아도 주주 스스로 자금을 운용해 초과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
물론 기업의 성장이 완전 정체상태가 되는 극단적인 경우 더 이상의 성장성이 사라지고 기업은 기존의 자산을 가지고 일정한 수준의 이익만을 내고 추가 투자는 사라진다. 이 경우 사내유보는 무의미해지므로 기업은 이익 전액을 주주에게 배당으로 지급하는 것이 정석이다.
최근 일부 기업들이 사내유보를 가지고 PEF(사모투자펀드)에 투자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몇몇 기업이 사내 유보금으로 펀드를 조성한 후 이 펀드를 이용해 인수합병전문 PEF에 LP(유한책임사원)로 투자해 인수합병 관련 노하우도 쌓고 이윤의 기회도 엿본다는 것이다. 투자 대상이 되는 PEF의 운용담당인 GP(무한책임사원)와 긴밀하게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투자프로세스에 참여하고 여러 가지 정보를 접하면서 노하우도 쌓는다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신규투자가 성공을 하면 수익도 챙길 수 있고 많은 노하우를 습득한 후에는 직접 인수합병을 주도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해 낼 수도 있다. 배우면서 돈도 벌 수 있으니 도랑치고 가재 잡은 격이다.
주주에게 배당을 주는 대신 사외에 있는 펀드에 투자해 기회를 엿본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기업 바깥에 투자를 한다는 것은 더 이상 이 기업이 기회를 포착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는 이를 배당으로 처리해 주주가 각자 투자를 하도록 하는 것도 대안일 수 있다.
하지만 배당이 되는 순간 이익이 많은 주주에게 분산이 되면서 PEF가 요구하는 대량의 금액을 만들어내기가 어렵다면서 이윤이나 유보금을 배당으로 처리하는 것보다 회사 바깥의 새로운 기회에 대량으로 투입함으로써 추가적 이익의 기회를 엿보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역량을 키우고 추가적 사업기회를 포착함으로써 새로운 이윤창출의 기회를 타진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라 볼 수 있다.
뉴노멀의 시대는 저성장 저금리가 일반화되는 시대이다. 저성장 저금리는 곧 새로운 투자기회가 사라져가는 상황을 의미한다. 좋은 투자기회가 상실되어가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해서든 타개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엿보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시도다. 기업 스스로 그러한 기회를 창출한다면 더욱 바람직하겠지만 일부 역량이 부족하다면 외부의 힘을 빌려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기관투자가나 연기금의 전유물이었던 PEF에 일반기업이 여유자금을 투입하는 상황을 보면서 경제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리고 뉴노멀 시대에 기업들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통해 기회를 창출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지속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공자위 민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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