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3개 시·도 공동사용" vs 인천시 "개별매립지 조성 원칙"… 시민단체 "공동사용 추진은 매립지 영구화"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수도권 쓰레기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지난해 수도권 3개 지자체가 현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장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면 이번에는 대체매립지 확보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환경부와 서울, 경기, 인천 등 4자협의체는 지난해 6월 수도권매립지 중 3-1공구를 추가 사용하되 이 기간 내 대체 쓰레기 매립지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2016년 사용 종료를 주장하던 인천시의 양보를 얻은 대신 서울, 경기도가 대체매립지 확보에 동의를 한 것이다.
3-1매립장(103만㎡)은 6년 4개월가량 사용할 수 있는 면적으로, 현 2매립장 사용기간이 2018년 1월 종료되고 3-1 매립장을 곧바로 이어서 사용하면 2024년 5월까지 약 10년간을 더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수도권 3개 시·도는 이기간 이후 쓰레기 대체매립지를 찾아야 한다. 이들 지자체는 논의기구로 지난 1월 '대체매립지 확보 추진단'을 구성하고 지금까지 2차례 회의를 열었다. 대체매립지 추진단은 3개 시·도 과장급 공무원, 4자협의체 기관이 추천한 전문가 등 총 11명으로 구성됐다.
문제는 각 지자체들이 따로 대체매립지를 조성하느냐, 아니면 지금처럼 공동 사용할 대체매립지를 확보하느냐를 놓고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각자 자기 지역에 대체매립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자체 대체매립지 부지를 물색하기 어렵다며 막대한 예산 투입과 주민 반발 등을 고려해 대체매립지를 조성하더라도 3개 시·도가 공동매립지를 운영하자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열린 '대체매립지 확보 추진단' 회의에서 "3개 시도가 공동으로 사용할 대체매립지를 마련하는 용역을 진행하자"고 주장해 그동안의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에 마땅한 부지가 없다면서 공동매립지 조성을 주장한 것은 사실상 인천에 또 대체매립지를 만들자는 말과 다름없다는 얘기로 해석돼 인천시민사회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게다가 인천시마저 서울시의 주장에 끌려가는 모양새로 비춰지고 있다. 인천시는 대체매립지 추진단 회의에서 향후 대체매립지 조성 용역 시 개별 사용이나 공동 사용 구분하지 않고 다각적으로 검토하자는 의견을 밝혔다.
가장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쓰레기 처리방안을 찾기위해 서울시가 제안한 3개 시·도 공동사용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인천시가 애초 대체매립지 개별 사용 원칙에서 물러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인천경실련·인천평화복지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와 더민주·정의당 인천시당은 "대체매립지 공동 추진 시도는 유정복 시장이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포기한 것이 아닌지 의혹만 더 증폭시키고 있다"며 유 시장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이들은 "인천시가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에 각 자치단체별로 대체매립지 추진 계획을 가져올 것을 요구해야 하고, 인천도 자체 대체매립지 추진을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대체매립지 추진단이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를 공동 사용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면 추진단은 당장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체매립지를 둘러싼 갈등은 지난해 6월 4자협의체 합의 때부터 예견됐었다.
당시 4자협의체는 단 3-1매립장 사용 종료 때까지 대체매립지가 조성되지 않은 경우에는 수도권매립지 잔여부지의 최대 15%(106만㎡) 범위에서 추가 사용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이에 대해 인천시민단체와 야권은 "대체매립지 조성 방식이 합의문에 명확히 적시되지 않아 사문화될 가능성이 크고, 3공구 연장은 곧 영구매립의 가능성을 열어준 합의"라며 인천시에 재협상을 요구해왔다.
인천시 관계자는 "대체매립지 추진단은 3-1 매립지 한시적 사용을 전제로 대체매립지 확보를 논의하는 기구로, 현 수도권매립지의 영구 사용을 논의하는 것은 아니다"며 "최근 추진단 회의에서도 서울시의 주장에 동의해 대체매립지 공동사용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대체매립지 용역 추진시 공동·개별사용을 모두 검토해 최적의 대체매립지를 찾자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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