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키는 "장타(長打)보다 정타(正打)", 44개 벙커 피하고, 그린에서 스코어 지키고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오직 신(神)만이 우승자를 점지한다."
7일 밤(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파72ㆍ7435야드)에서 개막하는 올 시즌 첫 메이저 마스터스(총상금 1000만 달러)는 마지막까지 우승의 향방을 알 수 없는 무대로 유명하다. 살짝 대기만 해도 수십야드를 굴러간다는 '유리판 그린' 때문이다. 코스 공략의 핵심은 그래서 공을 그린에 세울 수 있는 강력한 스핀력과 3퍼트를 하지 않는 '짠물퍼팅'이다.
실제 타이거 우즈(미국ㆍ1997년, 2001년, 2002년, 2005년)가 네 차례, 필 미켈슨(미국ㆍ2004년, 2006년, 2010년)이 세 차례 '그린재킷'을 입는 등 우승의 동력은 탁월한 쇼트게임으로 요약됐다. 공을 높이 띄워 그린에 세울 수 있는, 이른바 '롭 샷의 달인'들이다. 스코어를 지키는 퍼팅능력은 필수다. 조던 스피스(미국)는 지난해 '신기의 퍼팅'을 앞세워 타이거 우즈(미국)의 1997년 72홀 최저타 기록(18언더파 270타)을 작성했다.
'구성(球聖)' 보비 존스가 1930년 인디언들의 농장 45만평을 7만 달러를 주고 사들여 코스설계가 앨리스터 매킨지와 함께 조성한 코스다. 1934년 대회를 창설했고, 마스터스라는 이름은 1939년에 붙여졌다. 1년에 무려 6개월을 휴장할 정도로 철저한 코스 관리에 공을 들여 마치 마스터스를 위해 존재하는 골프장 같다. 매년 디봇 하나 없는 카페트 같은 코스가 탄생하는 배경이다.
하이라이트는 '아멘코너'라는 별칭이 붙은 11~13번홀이다. 11번홀(파4ㆍ505야드)은 페어웨이 왼쪽으로 길게 워터해저드가 이어져 티 샷의 정확도가, 12번홀(파3ㆍ155야드)은 '래의 크릭(Rae's creek)'이라는 개울과 3개의 벙커가 그린을 엄호하고 있어 아이언 샷의 정교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린 뒤쪽 벙커에서는 특히 조금만 세게 쳤다가는 물쪽으로 경사진 그린을 지나가 치명타를 얻어맞을 수 있다.
13번홀(파5ㆍ510야드)이 승부처다. "너무 쉬워서"라는 설명이 재미있다. 사실 누구나 '2온'이 가능하고, 쉽게 버디와 이글까지 노릴 수 있는 홀이다. 물론 미스 샷에 대한 응징이 확실하다. 제프 매거트(미국)는 1994년 알바트로스라는 대기록을 작성한 반면 토미 나카지마(일본)은 1978년 무려 13타를 쳤다. 우즈가 통산 4승을 수확한 비결이 여기에 있다. 지난해까지 이 홀에서만 48언더파를 쳤다.
전체적으로는 44개의 벙커, 이 가운데 그린을 엄호하는 32개의 벙커가 경계대상이다. 전반에 24개, 후반에 20개 등 코스 곳곳에 흩어져 있다. 페어웨이 벙커는 대부분 평평해 디오픈이 열리는 잉글랜드나 스코틀랜드의 항아리 벙커와 다르다.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다. 녹색 페어웨이와 출렁거리는 호수 등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만드는 역할을 수행한다.
10번홀(파4)의 거대한 페어웨이 벙커는 가문비나무 모래가 하얗게 빛을 내면서 오히려 포토 포인트로 각광받고 있을 정도다. 그린사이드 벙커는 그러나 야수의 얼굴이 숨겨져 있다. 전반 7번홀(파4)이 '요주의 홀'이다. 그린 주위에만 5개의 벙커가 몰려 있다. 후반은 12번홀과 16번홀(파3)을 조심해야 한다. 모래가 단단해 공이 턱에 떨어져도 박히지 않고 가운데로 흘러내리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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