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바이애슬론·마라톤 등 줄잇는 귀화 물결…올림픽 청신호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한국으로 귀화하는 외국인 선수들이 늘고 있다.
최근 두 달 새 귀화를 하거나 앞둔 선수들의 소식이 줄을 이었다. 아이스하키에서는 캐나다 출신 맷 달튼(30)과 에릭 리건(28ㆍ이상 한라)이 지난달 31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이들은 남자아이스하키 대표팀과 함께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리는 2016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 경기(23~29일)에 나간다. 바이애슬론은 러시아 출신 남자 선수 스타로두벳츠 알렉산드르(23)와 여자 선수 프로리나 안나(32)도 같은 날 귀화했다.
케냐 출신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8ㆍ청양군청)와 미국에서 온 여자농구 선수 첼시 리(27ㆍKEB하나은행)도 귀화가 유력하다. 이들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 회의실에서 열리는 제1차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육상과 농구 우수인재로 특별귀화 심의를 받는다. 대한체육회의 심의를 통과하면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 심의를 추가로 받아야 하지만 지금까지 대한체육회에서 추천 받은 선수가 이를 통과하지 못한 경우가 없다. 에루페와 첼시 리가 귀화하면 2016 리우올림픽(8월 6~22일)에 한국 대표로 나갈 수 있다.
특별귀화제도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1년 1월 14일부터 특정 분야의 외국인 우수인재에 대해 '특별귀화자'로 인정하고 일반귀화에 적용되는 거주요건(5년)과 성년요건(20세 이상), 생계유지 요건 등을 면제해 준다. 대한체육회는 낮아진 장벽을 이용해 외국인 인재들의 귀화를 추진해 왔다. 지금까지 특별귀화한 체육인은 열세 명이다. 리우올림픽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2월 9일~25일)에 맞춰 귀화는 더 이뤄질 수 있다.
귀화는 대표팀과도 연관돼 있다. 대표팀과 선수가 서로를 원해 이뤄진다. 아이스하키 달튼은 대표적인 예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골리(수문장)가 문제였다.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수비에 안정감을 주는 골리가 없어 고전했다. 달튼이 이 약점을 해소해 줄 수 있다. 오솔길 STN스포츠해설위원(48)은 "골리가 평균적으로 한 경기당 서른 개, 마흔 개 슈팅을 막아줘야 경기가 풀린다. 최근 185㎝ 이상 신장이 큰 버터플라이형(다리를 벌려 골대 아래부분을 막는 스타일) 골리가 대세인데 달튼(187㎝)은 국내 선수들보다 수준이 높다. 경기운영능력과 유연성도 좋다"고 했다.
여자농구는 첼시 리의 효과를 기대한다. 대표팀은 프랑스 낭트에서 열리는 리우올림픽 최종예선(6월 14일~20일)을 앞뒀다. 첼시 리가 오면 골밑이 강해진다. 박종천 KEB하나은행 감독(56)은 "그동안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외곽에 비해 골밑이 어려웠는데 첼시 리가 오면 경쟁력이 생긴다. 첼시 리는 한국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도 강하다"고 했다.
귀화로 국내 선수들의 대표팀 입지가 좁아진다는 우려도 있다. 신체능력과 기술이 좋은 귀화 선수들이 우선순위로 국내 선수들이 밀린다.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 사무국장 겸 스포츠평론가(48)는 "우리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다. 귀화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고 같이 생활하면서 우리 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지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귀화 종목은 확대될 것 같다. 지금까지 귀화 종목은 농구, 아이스하키, 쇼트트랙 등이 전부였다. 축구도 지금 분위기라면 가능하다. 축구는 대표팀 순혈주의가 강한 종목이지만 귀화에 대한 시선이 좋아지면 이에 맞춰 귀화 선수들의 축구대표팀 발탁도 이뤄질 수 있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대부분의 종목들이 귀화에 문을 열었고 축구만 좀 예외적이다. 2012년 5월 에닝요(35)의 특별귀화가 안 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축구만 계속 다른 종목과 별도로 문을 닫을 이유가 없다. 곧 축구대표팀도 빗장을 풀고 귀화 선수가 탄생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