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룩셈부르크 소재 다이아몬드 가공업체 드비어스가 1947년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는 슬로건을 내건 뒤 서양에서 다이아몬드 반지는 청혼할 때 필수 선물이 됐다. 그로부터 70년이 흐른 지금 중국에서도 다이아몬드 반지는 신부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드비어스의 홀리 본빌 수석 디자이너는 최근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중국이 최대 다이아몬드 시장으로 떠올랐다"며 "중국의 소비력은 세계 최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고급 장신구 문화 역사가 꽤 깊어 중국인들의 취향이 매우 까다롭다"고 덧붙였다.
홍콩무역발전국(HKTDC)에 따르면 10년 뒤 글로벌 고급 장신구 매출에서 다이아몬드 비중이 20~25%로 증가할 듯하다. 향후 중국 본토의 신흥 2~3급 도시들이 다이아몬드 소비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고급 장신구 총 소비량 가운데 50% 이상이 혼수용으로 추정된다. 신흥 2~3급처럼 아직 덜 개발된 도시일수록 혼수용 비중이 높다.
영국 런던 소재 귀금속 가공업체 그래프 다이아몬즈의 아르노 바스티앙 아시아 담당 사장은 "고급 장신구 소매 산업에서 매우 독특한 부문이 혼수시장"이라며 "혼수시장의 경우 소비자들 취향이 무척 다양하고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소개했다.
중국의 소비자들은 독특한 '나만의 반지'를 원한다. 이에 기존 대형 귀금속 가공업체들로서는 변신을 꾀하지 않을 수 없다.
HKTDC는 베이징(北京)ㆍ상하이(上海)ㆍ선전ㆍ청두(成都) 같은 중국의 1~2급 도시에서 1980~1990년대 이후 태어난 소비자들 가운데 75%가 결혼 선물로 맞춤형 다이아몬드 반지를 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본빌 수석 디자이너는 "중국ㆍ홍콩ㆍ대만에서 독특한 디자인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며 "이들의 취향에 따라 완벽한 맞춤형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들만 다이아몬드에 매료돼 있는 것은 아니다. 드비어스의 조사 결과 30~44세 중국인 남성 가운데 67%도 다이아몬드를 원한다.
본빌 수석 디자이너는 "남성들이 고급 장신구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게 중국 시장의 특징"이라며 "중국 여성들의 경우 커플링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 여성들이 큰 다이아몬드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다이아몬드 반지로 청혼했다 다이아몬드가 별로 크지 않아 퇴짜 맞는 남성들이 비일비재할 정도다.
한편 중국의 미혼 여성들은 남편감의 월급이 적어도 6700위안(약 125만원)은 돼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현지 결혼정보 사이트 세기가연(世紀佳緣)은 최근 중국인 남녀 1만4600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설문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미혼 여성들이 기대하는 장래 남편감의 월 급여는 평균 6701위안인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대졸자 평균 초임이 3000위안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여성들 눈높이가 상당히 높은 셈이다.
남성 응답자는 신붓감의 월 급여가 평균 3398위안이었으면 하고 바랐다.
여성 응답자 대다수는 집을 결혼의 최소 조건으로 제시했다. 남녀 응답자 대다수는 배우자를 고를 때 '집안 수준이 서로 비슷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결혼 비용 부담과 관련해서는 본인, 배우자, 양측 부모 모두 공동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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